Q. 한국사회 중년남성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A씨의 회사는 곧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영업실적 때문에 상사의 눈치를 보았지만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던 그때가 행복했습니다. 월급도 벌써 3달치나 받지 못한 그는 곧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임을 압니다.
집에 돌아와도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위로받지 못합니다. 무능력한 남편으로 보일까 전전긍긍하던 그는 혼자 방 안에 들어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것만 같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가족에게도 짐이 되는 것 같고,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모두에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사회 안 중년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2.7배나 됩니다. 경제난이라는 직접적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그에 뒤따르는 소외감과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50대 남성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61.5명으로 집계돼 있습니다. 같은 연령대 여성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 20.7명의 약 3배에 달합니다. 40대 남성 자살자 수는 47.4명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 자살자 19.8명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40~50대 중년남성들의 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요? ‘일’이라는 영역으로만 자아를 평가받는 오늘날 한국사회 중년남성들에게는 과도한 책임의식이 있습니다. 그 책임의식은 오랜 사회적 통념 아래 스스로 짊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책임을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쌓여가는 사회적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처럼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남성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외부로 알리지 않고, 계속되는 고립감과 절망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주변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남성들은 한 번 자살을 마음먹었으면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는 중년남성들의 높은 자살률에 착안해 아빠 사랑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빠, 힘내세요’라는 주제 아래 문화콘서트와 언론연대 기획보도, 거리캠페인 등 자살예방교육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센터장 김보미 수녀는 “중년남성 자살률의 증가는 가족들이 각자 사는 것에 바쁘고 남성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성가정을 표상으로 시간과 장소, 노력 등을 함께 공유하려는 마음이 절실하고 사회적 관심과 배려 또한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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