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니 발렌테 지음/옮긴이 박점례 수녀/151쪽/1만 원/생활성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신 그리스도의 모상이며, 깊은 식별로 가난을 살면서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습니다. 그의 단순하고 엄격한 삶은 그에게 하느님 안에서 완전한 자유를 가져다줍니다.”(교황 프란치스코의 ‘주교의 과제에 대한 생각’ 중, 131쪽)
지난 3월 13일,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이 가져온 충격 속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의 교구장이었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선출 직후 전용차 대신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묵었던 호텔에 들러 직접 숙박비를 계산하는 등의 파격 행보로 연일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소탈하고 친근한 새 교황의 선출을 반기면서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교황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책이 출간됐다. 신간 「세상 끝에서 온 교황 프란치스코」는 세계적인 가톨릭 월간지 「30Giorni」(30일)에 실린 ‘파드레 베르골료의 친구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비야스 미세리아의 빈민들과 사제들, 성인들’이란 제목의 르포와 2002~2009년 실렸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현 교황 프란치스코)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현재 교황청 전교기구의 정보기관 ‘Fides’ 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쟌니 발렌테가 교황을 알게 된 것은 월간지 「30Giorni」의 편집자 시절이던 지난 2002년 1월이다.
저자는 당시 인터뷰를 회상하며 “우리는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면 언제나 이 영혼의 목자가 단순히,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이들을 비롯해 당신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이들 가운데에서 일하시는 기적들 앞에 용기를 얻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과 행위 안에서 ‘교회는 오직 은총에 힘입어 살고 일한다는 것’이 강조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교권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 특별히 교회법의 사각지대에서 성사를 받지 못하는 이들,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이 어떻게든 성사의 은총을 누리며 그 힘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시간이 될 때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빈민촌 곳곳을 다니면서 그들에게 성사를 주고, 친교를 나눴다.
이 책이 전하는 르포와 인터뷰를 따라가다 보면, 새 교황이 선출 당일부터 보여준 단순하고 겸손하면서도 확고한 신앙의 말과 행위의 표현들이 그가 아래로부터 평생 쌓아온 삶의 방식이요 그의 인품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세상 끝에서 온 교황’이라는 말이 단순히 바티칸의 반대편, 남미에서 온 교황이라는 의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류의 변두리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던 그의 삶의 자리를 가리키는 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옮긴 생활성서사 박점례 단행본 편집부장은 “이 책에서 베르골료 추기경이 보여주는 생각과 삶의 방식은 본질에 충실하되, 문자대로가 아니라 그 본질이 ‘지금 여기에서’ 가리키는 하느님의 뜻, 성령의 활동에 응답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사실, 하느님께서 시대마다 징표로 내세우시는 인물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베드로의 후계자요 로마의 주교로서 사도직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신뢰이다. 그 신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한 말을 듣고, 그의 단순한 행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리는 주님께서 당신 교회를 사랑하시고 몸소 돌보신다는 사실을 기쁨에 차 알아볼 것이기 때문이다.”(‘들어가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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