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가톨릭 서재’에서는 평생을 헌신으로 살아온 우리들의 ‘어머니’를 최인호(베드로·68)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나본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작가는 서울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내 마음의 풍차」 「상도」 「유림」, 소설집 「타인의 방」 「돌의 초상」, 산문집 「누가 천재를 죽였나」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5년간의 암 투병을 담은 「최인호의 인생」을 통해 하느님이 내려준 선물로 고통을 받아들이고 영혼의 재생을 경험하며 감사함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담담히 전하기도 했다.
특히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에는 ‘가족’과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다수 있어 눈길을 끈다. 1975년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한 소설 ‘가족’을 통해 자신의 신앙과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썼으며, 지난 2001년에는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300쪽/8000원/문예출판사)를 펴냈다.
최인호는 지난 2004년 자전 소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56쪽/9000원/여백)를 출간하며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추억과 그리움을 진솔한 글쓰기로 털어놓은 참회의 사모곡이다.
작가는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말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묵주, 흑백사진 등 어머니의 숨결이 배어있는 물건을 통해 어머니를 살려낸다. 절절한 그리움으로 써 내려간 이 소설은 한 작가의 개인사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이 시대에 들려주는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머니는 마흔여덟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셨다. 손의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수고하셨다. 언제나 자식들이 입다 버린 헌 러닝셔츠만을 골라 속옷으로 입었다. 먹는 음식은 내버려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갖고 계셨다. 그런데 그 누구도 어머니를 위로하거나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식들도 없었다.’(「천국에서 온 편지」 본문 중에서)
에세이집 「천국에서 온 편지」(343쪽/1만2000원/누보)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풀어낸 책이다. 학창시절부터 중년의 나이까지 그에게 어머니는 부끄러운 존재였다. 툭하면 이웃들과 악다구니를 해대고 칙칙한 쥐색 두루마기를 입고 학교로 찾아온 엄마가 부끄러워 숨곤 했다.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민속촌에 갔다가 창피해 모자를 눌러쓰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1987년 어머니를 여읜 최씨는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고 그리움도 많이 사라져 어머니를 떠올릴 때가 거의 없다”며 “그동안 여기저기에 발표한 어머니에 관한 글을 읽다가 어머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 솟구쳐 한참을 울었다”고 고백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의 ‘어머니’를 기억하며 진정한 가족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