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대학생들,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영어, 자격증, 각종 공모전 등 이력서의 빈칸을 채우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취업하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는 거대한 ‘취업학원’으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취업에 내몰린 현실 속에서 삶의 방향타를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삶은 갈수록 쇠약해져만 간다. 그래서일까.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힐링’을 외쳐보지만, 갈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의 저자 유시찬 신부(예수회)는 힘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문제의 해결은 ‘마음공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마음과 영혼의 이력서에 화려한 스펙을 쌓다 보면 현실에 필요한 이력서의 스펙도 저절로 채워진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까지 서강대 이사장을 지내며 청년 토크 등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청년들과 소통해온 그의 말이라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마음공부’란 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자신이 어느 위치에, 왜 서 있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듯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자리 찾기’를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마음공부를 위해 깊게 앉을 때 마침내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삶의 목적을 찾게 된다면 그 자리가 바로 자신만의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는 또 한 발 떨어져 ‘중’(中)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자고 강조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중’이란 기쁠 때는 슬픔을, 건강할 때는 질병을, 명예를 누릴 때는 모욕을, 부귀를 누릴 때는 가난을 바라보며 그 전체를 취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들로부터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 이렇게 ‘중’을 취하게 되면 감정이 전부인 양 휘둘리지 않고 균형과 중심을 잡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고요가 있을 때 비로소 참된 내적 에너지가 솟아난다.
아울러 이 책은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법,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 등 실질적인 노하우부터 우리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결혼과 연애는 왜 어려운지, 돈이란 무엇인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 청년들이 세상을 살면서 품게 되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길잡이를 제시한다.
“나는 얼마 전까지 대학 이사장직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신부로 돌아오려 합니다. 이 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냉엄한 현실 앞에 눈물 흘리며 무릎 꿇거나, 비겁한 자세로 타협하지 않고 바른 인성과 맑은 영혼을 소유한 아름다운 사람들로 성장해가기를 사제로서 기도합니다.” <글을 시작하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