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교수(마리아·1952~2009·전 서강대 영문과 교수)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그를 떠올리면 일순 애틋함이 밀려든다고 한다. 하지만 잠시 그의 작품에 머물면, 그가 남긴 따스한 사랑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장 교수는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 공부하는 법까지 특유의 깊이있고 쾌활한 목소리로 들려준 문학가였다. 누구보다 문학을 아끼고 사랑했던 그는 마주하는 누구든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생각하도록 이끈 인물이기도 했다.
“문학의 목적은 결국 사랑입니다.”
그는 생전에 “문학은 인간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갖가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자신 또한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통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이웃들 또한 그 희망으로 초대했다.
「내 생애 단 한 번」(2000년/샘터)은 장영희 교수가 처음으로 낸 에세이집이다.
에세이 글귀마다 삶의 곳곳에서 마주치는 편린들 안에서 길어 올린 소중한 가치들이 묻어난다. 생명의 소중함과 희망, 신뢰의 메시지들이다. 모두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가치들이지만, 일상의 추억들과 생활 환경을 배경으로 쉽게 풀어냈다. ㄴ
부족한 것에 대해선 불평부터 늘어놓고, 강팍한 일상에 매몰돼 자기 자신마저 잊고 사는 이들에겐 또 하나의 성찰로 다가온다.
장 교수를 소개할 때면, 으레 그의 장애를 언급하는 것은 썩 내키진 않는 일이다. 하지만 장애가 장 교수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낸 자양분의 하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갓난 시절 앓은 소아마비로, 목발에 의지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처지였다. 때문에 학업을 지속하는 것도 매순간 고비에 고비를 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장 교수는 평소 자신의 장애를 ‘천형(天刑)’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에겐 불쾌한 내색을 서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삶은 ‘천혜(天惠)’의 삶과 같은 축복이라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영문학자로 한창 활동하던 때, 그는 암 진단과 투병도 거듭해야만 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장 교수는 “하느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믿는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차분히 말해왔다.
그의 말처럼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 것이 아니라, 나쁜 운명과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산” 장 교수가 마지막까지 남긴 것은 사랑임을 그의 에세이들을 통해 새삼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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