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받은 사랑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결심하게 됐어요.”
류훈진(암브로시오·47·인천 모래내본당)씨는 지난 연말을 병원에서 보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수술대 위에 올랐다. 생명을 살리고자하는 순수한 마음에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결정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고 한 예수의 말씀을 몸으로 옮겼을 뿐이다.
“제가 참여한 게 릴레이 이식이라, 한 명이 참여하면 8명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면서 다 주고 가셨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 못할 이유가 없죠.”
군 복무 시절부터 꾸준히 헌혈을 해오면서 장기기증에도 관심을 갖게 된 류씨는 1990년 고향 여수를 떠나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전기시설 관리직에 종사했던 그는 주로 병원 시설 전기 설비를 담당했고, 자연스럽게 투석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막연한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던 장기기증 실천은 2006년 우연히 찾은 은행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장기본부)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서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사후 장기기증을 신청할 때 생존시 신장 기증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지만 막상 그 때는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그가 생명나눔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경험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활동해 오던 산악회에서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 받는 회원을 만나게 된 것. 그 회원을 통해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육체적 고통과 힘겨운 생활 이야기를 들은 후, 지난해 2월 장기본부를 직접 찾아가 ‘생존시 신장기증’을 신청했다.
“제 신장을 이식받은 분이 앞으로 건강을 되찾아 화복한 가정생활을 이뤄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건강관리도 잘하셔서 저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수술을 마친 류씨는 현재 건강회복 차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왔지만 수술 이후에는 더욱 열심히 관리하는 이유가 있다.
“저도 건강해져야죠. 그래야 다른 분들도 저를 보고 장기기증을 많이 하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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