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늘 기도해왔다. “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당신 안에 숨 쉬는 나의 매일이, 읽을수록 맛 드는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때로는 아까운 말도 용기 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 편의 시처럼 살게 하소서.”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댈수록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의 마음에 따스하게 다가가는 그의 시가 그리워지는 때다. 이번 ‘가톨릭 서재’에서는 이 수녀의 작은 기쁨, 작은 위로, 작은 기도의 사색에 동참해본다.
흔히 시인은 작고 사소한 것에 사랑의 눈길을 보내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렇게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숙명적으로 사랑하는 시인을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를 떠올린다.
첫 시집 「민들레 영토」는 지난 1976년 종신서원을 하던 해에 선보였다. 이후 1980년대 시의 대중화 시대를 연 선구자로 평가받는 그는 시집뿐 아니라 산문집도 다수 선보여왔다. 일상과 자연 안을 드러내는 친근한 시적 주제,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등은 이 수녀의 시가 드러내는 시적 힘이었다. 이러한 공감에 힘입어 이 수녀의 시는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다수 만날 수 있다.
특히 시집 「작은 위로」(2002년/열림원)는 출간된 지 10년을 맞이했지만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작품이다. 이 수녀는 수도원에서의 일상생활을 새와 꽃, 집과 창, 꿈과 섬, 별 등의 이미지를 통해 다채로운 시어로 엮어냈다. 「작은 위로」는 어두운 현대인들의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대표적인 시집이다. 이 시집에 이어 펴낸 「작은 기쁨」(2008년/열림원)에서는 103편의 시들이 밝고 순결한 노래를 전해준다.
「작은 기도」(2011년/열림원)는 이 수녀가 암투병 중에도 쉼 없이 써두었던 50여 편의 미발표작을 만나게 해 준 작품집이다. 1999년 펴낸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서 골라낸 몇 편의 시도 함께 담아냈다. 특히 이 시집에서는 하느님을 향한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길 바라는 이 수녀의 문학적 뿌리가 총체적으로 드러난다. 크고 또 빠른 것에 붙들려 자기만의 삶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작은 것의 느리고도 고른 숨소리를 들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