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밤 서울광장에서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마련한 ‘생명의 도시(Cities for Life)’ 행사가 열렸다. 매년 명동성당 등 교회 품에서 열려오다 처음으로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행사라 기대가 컸다.
사형제도를 비롯한 인권과 관련한 취재를 하다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이런 당혹감은 이른바 교회 안팎에서 유력하다는 신자 저명인사들을 대할 때 배가된다. 대놓고 “그 따위 일을 교회에서 왜 하느냐”고 할 때도 없지 않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쉬 가시지 않는 것은 그가 스스로 독실하다고 자부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나 명성, 권력 등에서 누가 봐도 손색이 없는 유력 신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오인 또는 오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로 인해 하느님 나라의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는 게 아닌지 염려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신자들은 성숙한 신앙을 통해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 성숙한 신앙이란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앙이다. 이기심도 조건도 없이 무조건 순종하는 신앙이다. 그런 신앙을 가진 이는 이미 주님의 구원 은총을 체험했기에 현실에 구애 받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예의 신자들에게서는 성숙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말에서는 하느님보다 자신이 먼저 드러나기 때문이다.
교회는 신자들의 영적 성숙과 발전을 위해 교리를 가르친다. 교리에는 ‘믿을 교리’와 ‘지킬 교리’가 있다. 많은 이들이 믿을 교리에는 관심이 많지만 지킬 교리는 잘 모른다. ‘믿을 교리’만 잘 새기고 실천한다고 해서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느님을 잘 아는 이는 그분이 주신 ‘지킬 교리’에도 충실할 수밖에 없다. ‘지킬 교리’를 잘 담고 있는 사회교리를 가까이하고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킬 교리’의 또 다른 이름은 계명이다. 계명을 욕하는 것은 주님을 욕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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