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가는 늦가을, 내 빈한한 정신과 영혼을 오랜만에 부요롭게 해 준 좋은 책 한 권을 정독했다는 기쁨이 이 서평을 쓰게 했다. 일상의 잡다함에 매몰돼 날로 부박해져 가던 나를 이 책에 담긴 정결하고 경건한 정신을 통해 새롭게 일깨워준 김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즐거운 지혜」에서 말하는 즐거운 지혜란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먼저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타락상을 지적한다. 술과 마약, 스포츠와 노름 등이 즐비한 현대사회의 실상은 르네상스 이후 대두된 인간중심주의와 심지어 “신은 죽었다”는 무신론적 모토에 의한 인간의 교만과 방종이 불러온 반문화적 현상이라고 일갈, 산업혁명 이후의 물질적 풍요도 인간의 개성과 인격의 말살을 가져왔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는 이처럼 영성적 가치들이 마구잡이로 어지럽혀지고 훼손된 세상을 바로잡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 ‘지혜’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머리말에서 “세상이 제대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지식을 넘어 위에서 주어지는 지혜와의 상봉 없이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참다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혹은 이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진리를 구하는 이는 자신의 이성을 최대한으로 가동하면서도 위에서 주어지는 진리를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참다운 지혜는 통교적인 사랑을 통해 위로부터 내려지는 무상의 특별한 선물임을 밝히고 있다.
바로 여기에 계시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의 우월성이 있다고 본다. 개별 정신과 관계해서 저자는 회개와 청빈과 겸손을 강조한다.
김 신부님의 「즐거운 지혜」를 읽는 동안 행복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모처럼 지적인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고 신부님을 더 깊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