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문제가 어려워도 양심에 따르면 해결됩니다.”
한참 생각하는 이들에게 김 추기경이 제시한 구체적인 답변이었다.
최근 들어 한국사회는 ‘큰 어른’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낀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위기들에 답을 구하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가고, 위로를 구하는 이들의 속내는 더욱 메말라간다. 늘 촌철살인의 해답을 내어주고, 온유의 리더십으로 희망을 심어주던 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의 목소리가 하염없이 그리워지는 때다.
김 추기경은 생전에 수많은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 비닐하우스촌에 사는 작은 소녀, 기름때 절은 손으로 악수를 나눈 노동자들, 정치·경제인 등 다양했다. 이러한 국민들과 나라 걱정에 김 추기경의 고뇌는 날마다 짙어갔다.
선종하기 전 병원에 누워서도 마찬가지였다. 곁에서 보다 못한 이들이, 그 뜻과 조언을 담은 ‘친전’을 몇몇 지인들에게라도 보낼 것을 권고했다. 병원에서 오랜 지인인 신치구 장군과 조카사위 김호권 박사의 손을 빌려 써내려간 김 추기경의 편지들은 당시 손병두 서강대 총장(현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 한승수 국무총리 등에게 전해졌다.

차 신부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관련 책을 내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받았지만 고사해왔다. 이번 책은 손병두 이사장의 오랜 요청과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의 추천 등에 힘입어 김 추기경이 생전에 남긴 메시지들에, 각각의 배경 에피소드와 의미 등을 덧붙여 엮어냈다.
차 신부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권위 있는 가르침이 절실한 때이지만, 안타깝게도 함량 미달의 훈수들만 난무한다”며 “김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편지와 각종 글에서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절실한 깊은 통찰과 직관이 배어 있다”고 강조한다.
김 추기경의 메시지들은 굳이 누군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전히 생명력이 넘친다. 특히 그의 말은 대상이 구체적이고, 행간마다 정의가 살아있어 관심을 모은다.
무엇보다 차 신부가 엮어낸 「… 친전」을 읽다보면 김 추기경이 곁에 다가와 희망을 북돋아주는 듯하다. 총 5장에 걸쳐 꿈이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보낸 응원, 생존의 불안과 회의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위로, 사회적 리더가 되길 꿈꾸는 이들이 목말라하던 가르침, 김 추기경 스스로가 고뇌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들과 작지만 큰, 또한 쉽고도 격조있는 행복의 비밀들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