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는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의 큰 축을 일으켜 세웠으며, 각 작품을 통해 구원과 영원을 향한 삶의 의미를 밝히는데 큰 힘을 실어왔다.
그중 회심의 역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만남」은 인간 내면의 깊이를 파고드는 심도 있는 고증이 더욱 돋보였던 작품이다. 세상에 선보이자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지상파 TV 특별기획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만남」은 다산 정약용과 그의 조카 정하상을 두 축으로, 한국교회 초기 신자들의 순교와 박해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다산은 한국 근대사에서 학문과 사상을 집대성한 대학자이지만 배교를 했으며, 반면 정하상은 한국교회 대표적인 성인이자 한국교회의 주춧돌을 놓고 순교한 그의 형 정약종의 아들이다.
겉으로는 매우 상반되어 보이는 두 사람의 생애가 그리스도의 진리를 만나 각각 갈등하고 성취한 것. 한 작가는 다산의 인간적인 모습과 흠도 긍정하고 포용하며 인간 삶에서 구현해야 할 진리에 대해 밝히고 있다.
또 사제를 모시기 위해 수차례 중국을 오가는 정하상의 모습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만남, 하느님과 인류의 소통까지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한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들을 통해 인간 생명에 대한 경건함, 영원을 향해 열려있는 구체적인 일상, 순교와 배교를 오가는 인간적 갈등 등을 인정하며 구원에 접근하는 과정을 탁월한 시각으로 그려냈다.
이와 관련해 구중서 문학평론가는 “한무숙 소설은 인간 구원의 문제와 그 도정에 관한 탁월하게 중요한 내용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며 “인간은 자기 한계의 인식과 의문, 의미의 추구, 영원에 대한 전망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구원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 작가는 1942년 ‘신시대’ 장편소설 공모에 「등불 드는 여인」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섰다.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은 1948년 국제신보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역사는 흐른다」가 당선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 작가는 가톨릭문인회를 비롯해 한국여류문학인회,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등을 맡으며 문단활동에도 적극 기여해왔다.
(한국가톨릭문인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