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없이 설레는 파도는/ 미(美)한 풍경을 이룰 수 없도다.
예전에 문제(門弟)들은/ 잠자시는 주(主)를 깨웠도다.
주를 다만 깨움으로/ 그들의 신덕은 복되도다.
돛폭은 다시 펴고/ 키는 방향을 찾었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주는 짐짓 잠자신 줄을-.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탄식은 깨달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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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으며, 일본 유학 시절엔 개신교회를 다니던 중 스스로 가톨릭교회를 찾아 세례를 받았다. 이후 시인은 가톨릭신앙 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구했고, 그 신앙을 삶의 지표와 정신의 최고 지향점으로 삼아왔다.
시인은 한국 시각적 서정시의 개척자, 한국 현대시를 새롭게 출발시킨 인물 등으로 평가받는다. 1930년대 들어 한국 현대시가 보다 성숙한 표현방법을 그려내던 때, 시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감정을 감각화하고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새로운 시 표현의 방법을 개척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서양 모더니즘의 영향권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상을 추구, 동양적인 흐름과 우리 전통문학과 맞닿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지하 시인은 “정지용 시인은 감성적으로는 민족주의자, 이성적으로는 모더니스트, 영성적으로는 가톨릭이라는 세 가지 성질을 갖고 있었지만, 그의 시에서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고도 말한 바 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