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대통령들의 몇 천억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자금 사건이 온통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평생 땀흘려 모아온 재산을 대학발전을 위해 희사한 이가 있어 얼어붙은 세인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한국전쟁당시 포로로 잡혀 월남하게 된 한경숙(빈첸시오 ㆍ77ㆍ서울 상봉동본당)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씨는 12월 11일 가톨릭대학교를 방문, 대학발전에 써달라며 현금 3억원을 강우일 총장주교에게 전달했다.
한경숙씨가 대학에 후원금을 내게 된 동기는 가톨릭신문의 보도를 통해서지만 직접적인 동기는 그의 오랜 숙원사업의 일환인 「사회복지법인 금나루 재단」(가칭)을 설립하려던 것이 무산되고 나서다. 「금나루」는 그의 고향인 함경남도 정평군 장원면 동양리에 흐르는「금진강」가를 의미한다.
한씨는 이 재단을 설립, 어렵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이 평생 모아온 재산 전부를 투자 해 그들을 돕고자 했다. 그러나 한씨 혼자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번에 가톨릭대학교에 그 중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한경숙씨는『빈농에서 태어나 국민학교를 간신히 마친 나로서는 공부하기를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못하는 이들을 볼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하면서『적은 돈이지만 학생들을 위해 훌륭히 쓰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근 20여년동안 개인적으로 인근 불우한 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지금도 3~4명의 학생들이 그의 장학금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해방이 되자 성분이 불순하다는 명목으로 옛 소련(현 카자흐공화국) 포로수용소에 끌려가 강제 사역을 당했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끌려가 전쟁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틈을 이용 인민군에서 탈출, 국군 헌병에게 체포, 인천을 거쳐 거제도, 부산 포로수용소에서 생활을 했다. 부산 가야에 있었던 포로수용소에서 메리놀 기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앙에 입문한 그는 국군의 묵인아래 수용소를 탈출, 전쟁이 끝난 후 서울 청량리에서 잡역부와 막노동을 하면서 힘든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경숙씨는『당시 생활은 참 어려웠었다』고 회고하면서『그래도 인근(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제기동성당에 열심히 나가는 게 큰 위안이었다』며『성당에서 부인 골롬바씨(3년전에 작고)를 만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소한 생활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난 77년 상봉동본당신협을 창설하고 최근까지 근 15년동안 이사장을 역임했다.
『신협활동을 통해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말하는 한경숙씨는『앞으로도 힘닿는데까지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피땀흘려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신보다도 이웃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한경숙씨의 삶에 대한 태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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