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지어 봉헌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습니다. 시절이 좋아 돈이 흔전만전하고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까지 겹쳐 돈이 돈같이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평생 모은 재산을 하느님께 돌려드렸다고 생각하니 큰 짐을 벗은듯 후련합니다』
11월 26일 봉헌된 대구대교구 논공성당 건립을 위해 20억원 상당의 부지 9백90평과 함께 적지않은 공사비까지 헌납한 김재복(이시돌ㆍ72세)씨가 성당 봉헌식이 끝나고 밝힌 소감이다.
김씨는 유독 『후련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이는 단순히 물질적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음으로 양으로 성당이 완공되기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게 주변의 얘기다.
특히 김씨의 이번 희사는 남아도는 목돈이 생겼거나 일흔둘이라는 나이도 있고 해 삶을 정리하는 뜻에서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성당 봉헌」이라는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34년전 직장을 그만두고 양조업을 하면서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하느님께 매달렸죠. 성공하면 성당 하나 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근 20년 가까이 성당터를 물색했죠』
『언젠가 모 기업에서 12억원을 줄테니 팔라는 유혹도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살때부터 성당터라 마음먹었기에 이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논공성당이 세워진 곳은 국도변 황량한 들판이다.
그러나 개발계획에 의해 곧 12만 2천평의 주거지역이 형성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며 2백40만평의 국가공단이 조성될 예정이다.
따라서 교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성당터를 물색해오던 중 지난 87년 김재복씨의 회사에 힘입어 88년 본당을 설립할 수 있었다.
김재복씨는 10살때 부친이 대세를 받고 선종하면서부터 교회에 입교했다.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부인과 함께 독실한 신앙생활을 해온 김씨는 양조장 운영을 위해 논공으로 이주하면서 논공소를 짓고 28년간 공소회장으로 봉사해왔다.
남몰래 신학생을 후원하고 군종교구 성당 건립을 위해 적지 않은 기금을 희사하는 등 김씨의 나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들과 사위들이 힘을 모아 1천만원 상당의 성모상을 마련하겠다며 뜻을 함께 하니 더 기쁘다는 김재복씨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그동안 얻어놓은 인심을 밑천 삼아 텅빈 하느님의 집에 알맹이를 채우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주일미사 참례 신자수가 80명 안팎이라 도시가 형성되기 전이라도 열심히 전교해 4백50석 성당을 꽉 채우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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