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경찰의 날에는 경찰청장 표창을 받고 그렇게 기뻐하며 함박 웃음을 짓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지난달 24일 무장간첩과 교전중 순직한 장진희(요한ㆍ32) 순경의 영결식이 치러진 10월 30일 오전 부여경찰서.
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간간이 흐느낌이 들려오던 영결식장은 황수영 순경의 고별사에 이르자 급기야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치른 이날 영결식에는 박일룡 경찰청장과 각 시도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와 가족, 주민 등 1천여명이 참석,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화내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착하고 소탈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료직원들은 그의 급작스런 죽음이 믿기지 않은듯 고개를 저었다.
장순경이 무장간첩과 맞딱뜨린 것은 지난 24일 오후 4시반경. 논산-부여간 국도상에서 트럭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간첩들은 인근 야산으로 도주했고, 이를 처음 목격한 장순경은 주저없이 간첩의 도주로를 따라 접근했다. 동료인 황수영 순경이 뒤를 따랐다.
10여미터를 살피며 가던중 부스럭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간첩이 쏜 총탄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황순경의 응사로 간첩은 그 자리에서 생포했으나, 장순경은 후송도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날도 실탄박스를 직접 챙기고 들고 다녔을만큼 책임감이 투철했어요. 짜증한번 내는일 없이 묵묵히 일을 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들 했는데…』.생사의 갈림길에 함께 서 있었던 황순경은 당시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듯 『차라리 그때 함께 죽었더라면 속이라도 편했을 것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동수(다두ㆍ65)씨와 이규봉(골롬바)씨 사이의 5남매중 막내로 유아세례를 받고 가톨릭적 분위기에서 자란 장순경은 효심이 지극하기로도 수문이 자자했다. 아버지 장동수씨는 『사고 전날도 병중에 있는 엄마를 굳이 제가 모시고 가겠다며 대전 병원에 치료받으러 갔다왔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순경은 이러한 근무태도로 지난달 21일 50주년 경찰의 날에 동료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장진희 순경에게는 이날 2계급 특진과 함께 국민 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으며, 그의 시신은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영결식이 진행되던 1시간 내내 영문도 모른채 큰 눈망울만 굴리며 천진하게 웃는 아들 대한군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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