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교회내에 유통되고 있는 성물들이 「하느님 예배에 사용되는 거룩한 물건」의 의미보다 상품으로만 제작돼 조잡성과 불법복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외국산 성물들이 대거 수입되는 등 국내 성물제작사들의 장인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가톨릭신문사는 「옥실리움」소속의 박낭자(세레나)씨를 통해 루르드성지에서 50여년간 성물을 직접 제작해온 앙드레 라꼼씨를 만나 그의 성물제작 외길인생을 들어 보았다. 라꼼씨는 루르드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신자들이면 누구나 그의 작품을 하나씩 사올 정도로 한국인 신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 친근한 이미지의 선생님 작품을 좋아해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한국인 순례자들의 미적 감각에 감명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더욱 뵙고 싶었습니다.
▶ 많은 순례자들이 저의 가게에 들리지만 그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가격입니다. 비싸다고 여기면 두번 다시 쳐다 보지도 않는데 한국사람들은 가격을 묻기보다는 작품을 먼저 살펴봅니다. 이런 일은 드문 일입니다.
- 조각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 2차대전 전에 파리에 살 때는 공직에 나갈 생각을 했었지만 전쟁 때 5년간 포로생활을 했고 전쟁이 끝났을 때 아버지께서 루르드에서 가까운 도시따르브(Tarbes)에서 은퇴하셨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할 형편이 못되었고 내 길을 찾느라 1, 2년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당시의 여러 여건이 그때까지 조각기구를 구경해본 적도 없는 저에게 조각을 하도록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라 생각합니다.
- 종교 작품 외에 다른 작품도 하십니까.
▶ 다른 작품은 하지 않습니다.
- 이런 산골에서 활동하시면 생활이 곤란하지 않으십니까.
▶ 40년대 말부터 50년대엔 문화수준이 높고 열심한 신자들이 많아 사제서품때 선물용으로 사가기도 하고 전쟁 중 아버지나 형제 아들이 살아 돌아 왔다고 루르드로 순례 온 사람들이 많이 사갔습니다. 70년대까지 이러한 모습이 계속되어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고 또 아내가 살림을 잘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도원의 쇠퇴와 성소자 감소, 젊은 사제들의 성상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대형조각작품이 안 팔려 가정이나 개인을 위한 작은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조각뿐이니라 동이나 흙으로 만든 성패와 묵주, 작은 성상을 만듭니다.
- 조각가로서 대도시에 살지 않고 루르드 같은 산골에서 일하는데서 오는 불이익은 없습니까.
▶ 많습니다. 사람들은 루르드에 산다는 것만으로 작품을 보기도 전에 나를 평가해 버리고 맙니다. 많은 사제들이 본당에 필요한 성물을 사겠다고 해서 물건을 가져가서 보여주면 루르드에서 왔다는 소리만 듣고도 제대로 보지 않고 거부해버립니다.
- 선생님의 작품들 특히 성모상은 동양적인 분위기가 많이 풍기는데 혹시 동양적인 것에 어떤 영향을 받으셨습니까.
▶ 그렇지는 않고 나는 분석없이 예술적 본능으로만 단순하게 작업합니다. 나는 누구로부터 조각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나의 작품은 나만의 고유한 세계입니다.
- 지금까지 만드신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 호도나무로 조각한 큰 성모상이었는데 만든지 15년만에 작은 성상들을 만들기 위해 허물었습니다. 그 작품을 허문 것은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 하느님을 경배하는데 도움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까지 하는 조잡한 성물 복제품들이 판을 쳐서 요즘 한국교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고 루르드에도 조잡한 성물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루르드 글라라수도원 옆에 가게를 가지고 있고 집과 작업실은 바트레스(Bartres) 가는 길목에 있는데 가게에 들어온 신자들이 물건의 가격을 보고는 비싸다고 돌아섭니다. 또 내 작업실에 와서는 네프킨을 넣는 통이 있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나는 아내가 살림을 잘 살아 질을 낮추지 않고 버텨왔지만 신자들이 작품성보다 가격을 먼저 따질 대 나로서는 걱정입니다. 50년대엔 순례 오는 사람들이 3~4일 머무르면서 가게에 들러 물건을 많이 사갔지만 자가용이 늘어난 요즘은 순례를 30분만에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한국인 순례자들에게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내가 사라지면 다시 이런 작품들을 이 시골에서 만드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루르드성지 성물의 명예를 위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많은 한국인 순례자들이 내 가게에 들러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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