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18세기의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역사란 사자(死者)에게 쓰는 속임수』라 갈파하였다. 이는 명확한 고증(考證)이 어설픈, 사실을 왜곡한 역사 드라마에 적용되는 것으로 드라마속의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다시 살아나 그 드라마를 본다면 기실 자신아닌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처럼 역사 드라마가 범람한 적도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역사 드라마는 국가적ㆍ사회적 차원에서 일반 대중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방송국에서는 「방송의 총아」라 불리며 사랑받았기에 그 덕택으로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아마추어역사가(?)들이 탄생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지식의 원천은 무엇이고 지식습득은 어떤 경로로 이루어질까.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주로 언론과 방송이 제공하는 비체계적이고 무책임한 자료와 해설, 전문적 지식과 조사가 빈약하며 다분히 관장된 역사소설, 공증이 부족한 자료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대중적 역사의식은 전문적 역사가들이나 「특정계층」의 우려를 자아내는 한편, 역사란 무엇보다도 「지난 날의 사실(事實)」이며 다음으로는 이에 대한 「기록(記錄)」을 의미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코 상업주의적 문화에 편승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지성사가(知性史家)인 칼 베커는 『모든 사람이 제각기 나름대로의 역사가이다』란 유명한 말을 했다. 이 말은 사람은 누구나 다 일상적 의미의 과거를 지니고 있고, 또 기록하는 것이기에 마치 역사가의 작업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아무에게나 사료의 정확한 근거나 고증없이 황당무계한 있지도 않은 일을 유추해석해서 결론을 역사로부터 끄집어 낼 자격이 있다는 뜻은 아님을, 최근 물의를 일으킨 KBS역사 드라마 담당자들과 책임자들 그리고 특히 시나리오 작가는 십분 이해하고, 다시는 무지의 소치를 드러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필요이상의 기우(杞憂)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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