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촌가정 3형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을의 전설」이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은 바있다.
그러나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줄곧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정현수(요셉ㆍ43), 정현모(바오로ㆍ41), 정현의(요아킴ㆍ38) 이들 3형제가 그동안 사투는 바로 이 영화「가을의 전설」의 감동을 뛰어 넘는다.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서는 모르는 이들이 없다. 원래 7형제중에서 3형제만이 시골에 남아 생업을 지켜 오고 있는데 맏형 현수씨는 현재 강원도 횡성읍내에서 신협이사장을 지내며 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 바로 밑 동생 현모씨는 영지버섯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형제중 아직 유일하게 결혼을 못한 현의씨는 병으로 투병중이다.
7형제중 현수, 현모, 현의 이들 3형제가 잘사는 농촌 만들기에 발벗고 나선것은 80년대초. 당시 20대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던 바로 그때 농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들 형제들은 당시 가톨릭농민회를 결성하고 신협운동을 추진하고 유기농법을 시작하는등 다양한 활동을 펴기 시작하는데 주위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아직 환경운동에 대한 자각이 전무하던 당시 농촌지도소에서 조차 유기농법은 하나의 환상일 뿐이라며 만류했었다.
현재 서울을 포함하는 전국적인 규모로 성장한「한살림 소비조합」의 초창기 멤버이기도한 이들 형제들은 살맛나는 농촌을 만드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달려들었다.
그러나 공근리 정씨 형제들의 막 피어나던 신화는 90년대 들어오면서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활동에 함께하던 이들이 점점 어려워지는 여건속에서 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마을 단위로 이들이 벌이던 신협운동도 농촌경제의 파탄과 이농현상으로 파산을 맞게 된다. 처음 시작했던 유정란 사업도 괴질로 닭들이 모두 폐사하는 바람에 원점으로 돌아섰다. 이제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뭔가 해보겠다는 젊은 의기마저 무참히 꺾는 농촌 환경에서 이들이 버틸 수 있도록 한 유일한 힘은 바로 신앙이었다.
『농촌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서너번씩 들곤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남아 농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까지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아픔을 극복하는데 유일한 힘은 바로 신앙이었습니다.』
이들 형제들의 신념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생명수호」. 이들은 언젠가는 생명본위의 농사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현재 농촌은 유기농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외국 농산물입니다. 농약을 친 농산물이라도 우리 농산물을 먹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도시와 농촌 모두가 살 길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