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오지(奧地)에서 스스로 공동체를 일구어내고 기도생활을 유지해온 리비아의 한국인 근로자들이야말로 순교자들의 후손들입니다. 당해보지 않고 서는이해하기 힘든 사막의 조건들을 극복해내면서「코리안」으로서, 또「크리스찬」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놓은 것은 정말 대단한 희생과 노력의 결과이지요」
지난 83년 중동 및 리비아 한인신자들을 사목하기 위해 파견됐던 전재천 신부(대구대교구)가 지난달 귀국했다.
구미 신평본당 사제관에서 만난 전신부는「대구 근교는 물론이고 다니는 곳마다 엄청나게 변해 몰라보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89년 이후 한국인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자연신자들도 많이 줄어 그전까지 30여개 이던 공소가 지금은 10 여개 남아있습니다. 신자공동체의 중심도 트리폴리에서 뱅가지로 옮겨왔어요. 한공소마다 많게는 30여명에서 10여명의 신자 근로자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지난 69년 카다피의 군사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이슬람을 제외한 자국인의 종교활동은 일체 금지됐고 정책적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신앙활동만 허용되고 있다. 이곳에 한인 신자근로자 공동체가 생겨난 것은 70년대말. 그후 80년대초 트리폴리와 뱅가지에서 처음으로 이들을 위한 미사가 최초로 봉헌됐다.
이때부터 한인신자들의 활약상은 두드러졌다고 전신부는 들려준다. 『당시 현지의 성당은 낡을대로 낡아 보수가 시급했지요. 우리근로자들이 공사 폐자재들을 가져와 성당을 새로 짓디시피 단장했습니다』
뱅가지에서 2백50km 떨어진「키레네」인근의 고아원 병원 등에도 한국인 근로자들의 손길이 어김없이 미쳤다『일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장비를 챙겨 떠납니다. 10시경에 도착해서 공사를 끝내고 돌아오면 저젹무렵이돼요. 휴일날 이루어지는 이러한 봉사는 특벌한 일이 없는 한 매주 빠짐없이 이어졌어요』
뱅가지-키레네간 왕복길은 평소 사고다발지역으로 알려진 곳. 그러나 신자들은 사소한 접촉사고외에 인명피해는 한건도 없어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고.
신자들은 1~2달에 한번꼴로 1천km가 넘는 사막을 가로질러 찾아오는 전신부를 기다리며 스스로 공소예절과 교리교육, 주보발간과 공소보수등 모든것을 알아서 처리해냈다. 한인들을 위한 주일미사는 금요일에 봉헌된다.
『현지인들도 살지 않는 오지에 갇혀 있는 우리 근로자들에겐 가족에 대한 그리움, 무료함 등이 가장 견디기 어려워요. 그 와중에도 남을 위해 희생하고 기도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눈물겨울때가 많았습니다.이들이 함께 일치하고 봉사하고 그곳 생활을 이겨낼수 있었던 것은 오직 신앙의 힘이었어요』
그동안 리비아 공사현당에서 일하고 돌아온 신자들은 줄잡아 2천여명, 전신부는 이들을 국내에서 새로이 이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들의 경험을 볼때 교회활동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봐요. 지금은 이들 스스로가 현지 근로자들을 위한「리비아신우회」를 만들어 활동하지만 교회가 조금만 더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쯤 상당한 교회단체로 발전했을거라고 봅니다』
몇년전부터 중국 연변의 조선족들이 현지근로자로 파견돼 교리를 배우는 사례가 늘고있어 이곳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전신부가 세례를 준 조선족도 8명에 달한다.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그들에겐 큰 힘이 되어줄뿐아니라 중동지역 근로자 모두에게 상징적인 힘이 되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향후 이슬람 세계의 신앙개방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고요』
『여러 곳에서 성서기도서 신앙서적등을 보내오지만 늘 부족합니다. 』전신부는「하늘과 모래가 맞닿은 리비아 사막에서 오늘도 땀저린 우리 근로자들의 기도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질 것』이라며 눈가를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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