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아이를 많이 낳은 여인」고통과 인내로 출산한 아이들을 전국 방방곡곡에 시집보내면서도 그 아이들을 통해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길 간곡히 기도하는 민속인형 전문가 소현(素鉛) 임수희(제노베파)씨가 그 주인공이다.
「팔월 한가위 명절 밤을 준비하며 다듬이질을 하는 여인」 「할머니 등에 업혀 오줌 싸는 아이」 「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산으로 활을 쏘러 가는 기녀」 「물레를 틀며 기방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등 그녀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인형들은 한국적인 멋과 풍류를 간직한 민속인형들이다.
임수희씨는 『내 마음의 하나를 비워 한국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을 하기위해 어려서부터 고민해왔다』면서『그런 고민과 방황 속에서 민속 인형을 시작, 지금까지 제작해 왔지만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분명 주님의 이끄심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15년 전 브라우스 두벌과 성모상만을 들고 가출(?), 사직동 언덕에 허름한 단칸방을 마련해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던 임씨는 그동안 수많은 고통과 좌절 속에서 방황해 왔다고 한다.
그녀는『당시 한 수녀님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형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힘들었지만 이렇게 버티게 된 것 같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녀에게 영신 적으로 힘이 됐던 수녀는 경기도 광주 도척 면에 있는 「성분도장애자직업 재활원」(0347-62-7282)의 원장 김경자(헨리까) 수녀이다.
그녀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생활사를 주제로 만든 인형 43점이 현재 이 재활원에 전시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가 15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만들어온 인형은 주로 한국의 고전 생활사를 중심으로 한 인형들이다. 그녀의 영혼이 담긴 인형들로 인해 잊혀진 역사속의 생활풍습과 그들의 얼굴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옷감을 구하기 위해 수없이 산골마을을 헤집고 다녔고, 그 시대의 복색과 사람들의 표정 연구를 위해 수없는 밤을 지새왔던 그녀는 민속의상 전문가 석주선(마리아) 여사로부터 틈틈이 조선시대의 왕실머리모양에 대해 전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일에 대한 정열이 대단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가 하고 있는 일에 가장 강력한 후원자는 그녀의 어머니다. 지난해 쓰러져 거동을 못하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를 임씨는 자신의 「인형의 고향」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생활풍습을 시리즈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풍물과 생활사, 시대의 흐름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인형으로 표현한 것을 전시할 수 있는 「인형박물관」을 갖는 게 소원이라는 임수희씨는 구유와 세례받는 아이들 등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인형도 만들고 싶다면서 인형을 만들 때마다 작성해 놓은 그녀의 손때가 묻은 「인형일기」와 「사진」을 책으로도 출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임수희씨는 휘영청 떠오른 팔월한가위 보름달처럼 밝으면서도 은은한 멋을 풍기는 우리의 멋이 자신의 손끝에서 살아 날수 있도록 오늘도 끝없는 기도와 고독과의 싸움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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