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눈부신 조국의 발전을 보지 못한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애처롭습니다.
이제는 지하에서나마 마지막 남은 광복인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계실겁니다』
일본 통감부 외교고문으로 을사조약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친일파 스티븐스를 저격한 독립투사 전명운 의사의 딸 전경영(마가렛ㆍ72ㆍ미국 캘리포니아 거주)씨가 광복50주년을 맞아 정부가 초청한 해외독립유공 후손 자격으로 지난 11일 방한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70평생을 사는동안 비록 한국이 낯선 타향이 되긴 했지만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했던 땅, 고국땅을 밟은 전경영씨는 한국을 방문할때마다 변해가는 조국의 모습에 감탄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는 광복5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한다는 연락을 처음 받았을때 벅찬 감격과 함께 이제 가족중 자신밖에 남지 않은 것에 몹시 당황했다고 털어 놓는다.
『사실 아버지가 친일파 스티븐스를 저격한뒤 우리 가족들은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도망다니며 집안을 돌보지 못할 때 어머니는 3남매를 키우면서 온갖 고생을 다 하셨고 끝내 병이났지만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돌아 가셨습니다』
자신이 6세가 되던 해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는 고아원에다 자신을 비롯한 3남매를 맡기게 됐고 그 와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은 물에 빠져 죽는 변을 당하기도 했다는 전경영씨.
그는 그 당시가 지금도 기억하기 싫은 만큼 어려운 상황이였다며 『솔직히 그때는 아버지가 스티븐스를 저격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고 아버지 또한 자녀들에게 그런 말을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평소에 바깥의 일을 집안에서 얘기하는 적이 없었고 의리가 강하고 성격이 급한 분이였다고 언니한테 들었어요』
함께 산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아버지를 정확하게 기억하거나 저격사건을 몰랐던 전경영씨가 아버지가 스티븐스를 저격했던 독립투사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그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였다고 한다.
전경영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메리놀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메리놀 홈」이라는 일종의 고아원에 맡겨졌고 그곳에서 언니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그후 그는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성 루이스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곧바로 메리놀회 수녀가 되기도 했다. 수녀가 된 그는 74년에 부산으로 와 메리놀병원에서 근무를 하게됐고 그때 아버지가 스티븐스를 저격한 독립투사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아버지가 그처럼 조국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신줄 몰랐을때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요. 당시에는 한가정을 풍비박산낸 아버지였으니까 원망도 많이 했지요』
자신들이 신자였기에 비신자인 아버지가 47년에 사망하자 특별히 로스앤젤레스의 천주교 묘지에 안장할수 있었다는 그는 겨우 지난해 3월에야 아버지 전명운 의사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와 국립묘지에 새롭게 안장했다고 전한다.
당시 어머니의 묘소가 아버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한꺼번에 이장시키지 못했던 전경영씨는 이번 한국방문에 어머니 조순희여사의 유해를 모셔와 8월 16일 전의사의 모역에 합장, 이역만리 떠돌던 부모님의 영혼을 고국땅에 영원히 안치하는 마지막 의식을 치렀다.
한편 전경영씨는 지난 82년부터 미국 홀트아동복지회에 근무하며 한국아이를 비롯한 중국, 홍콩, 필리핀 등으로부터 입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수녀원을 하는 한국인 남편과 미국 캘리포니아 레이크우드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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