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처녀가 담벽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오른손은 머리를 받치고 있고, 왼손은 사념에 잠긴 듯 힘없이 내려와 있다. 아마 대단히 심각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방금 그녀에게 있은 일이나 또는 곧 닥치게 될 일들을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기다린다. ? 시간을 갖는다 ? 조용히 앉아 생각들을 뒤쫓아 가는 것은 모두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각 사람은 이같은 작은 생각들뿐만 아니라, 깊은 생각들, 심각한 물음들을 해 볼 필요도 있다.
『내 영혼아, 하느님이 너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하자』고 키엘 케골이 말했다.
뒤돌아 봄과 기억하는 것은 곧 삶의 수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지내온 길에, 내 인생안에 무슨일이 일어 났는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잘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서 다른 사람을 거절했고, 어디서 하느님을 거부했는가? 내가 언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가? 나는 누구에게 무관심 했는가? 남을 그냥 지나쳐 버렸는가? 나는 참된 사랑을 살았으면며 이를 체험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이밖에 많은 물음들과, 또 아주 구체적인 물음들을 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억속에서 배우고, 거기서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 또는 묵상이란 말은 곧 삶의 계획에도 관계 된다. ?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금 내게 어떤 결정을 요구하고 있는가? 나는 장차 무엇을 더 잘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내 일상 생활속의 부조리한 것들을 어떻게 정리 할 수 있나? 나는 어떻게 내 삶이 하느님 안에 닻을 내리게 할 수 있나?
오리엔테이션이란 말은 동쪽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즉 떠오르는 태양, 생명을 주는 태양으로 향한다. 이것은 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바로 그분안에 내 인생의 목표가 있고, 그분안에서 모든것이 뜻을 얻게 된다.
묵상한다는 것은 이제 이 길과 목표, 그리고 그 의미를 새롭게 보고 의식하는 바로 그것이다. 기억과 묵상을 위해서 나는 고요함과 정적을 필요로 한다. ? 외적으로, 더욱이 대적으로!
그렇게 되어야만 나의 유일한 오리엔테이션인 하느님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고요한 시간속에서 나는 비로소 보고 듣고 할 수 있다. ? 즉,
나는 하느님이 내 인생의 길을 가르쳐주심을 듣고 있다.
나는 하느님이 내게 지시하시는 길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이 내게 약속하신 그 목표도 뚜렷이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