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도출판사의 편집장 편집위원 고문 등을 맡아 34년간 헌신적으로 봉사해오다 지난달 22일 새벽 선종한 김윤주(아우구 스띠노ㆍ68) 선생에 대한 추모의 마음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겸손하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아 이 세상을 떠난후 더욱 많은 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그의 삶은 그래서 더더욱 신비롭고 축복이 가득한 삶이었는지 모른다.
신학 어학 어느 하나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는 그가 수십년간 날카로운 통찰력과 열성으로 수십권에 이르는 책들을 번역 혹은 편집해 내놓은 것은 하느님의 역사하심이 아니고서는 쉽게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들 말한다.
1927년 평북 퇴천 출신인 그는 출판사가 막 첫발을 내딛을 무렵인 61년 입사해 당시 책임자였던 주꼬르비니안 신부와「성경의 세계」시리즈를 발간한 것을 비롯, 성서 문학비판에 관한 이론을 한국에 소개한「성경과 오늘」, 「이스라엘의 역사」(상ㆍ하), 「네 복음서대조」(공역) 등 성서 영성 교회사 등 각 분야에 걸쳐 53권에 이르는 전문서적을 번역 편찬함으로써 많은 이들의 영적 갈등을 해갈해주었고, 그의 책들은 신학생들의 필독서로 늘 꼽히곤 했다.
특히 60년대 중반 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번역사업에 깊이 관여했고, 74년부터 시작된 2백주년 신약성서 편착작업댄 윤문작업을 혼자 도맡아 했다.
검소하기로 소문난 그의 생활은 죽음을 예감한듯 5남매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까지도 이면지를 사용한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15년이 넘게 그를 곁에서 지켜본 정한교씨(분도출판사 편집장)는『맡으신 일에 대해선 조금의 틈도 허용치 않는 철두철미한 분이셨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를 가장 적절한 용어로 제대로 번역해 내기 위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자기 몸을 돌볼 여유라곤 애초에 생각조차 못했다.
진토마스 신부(베네딕도회)는『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고, 일단 배운 것은 자기 것으로 소화시켜 가르치는데 특별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김윤주 선생이 죽기전 애착을 갖기 시작한 일이 두가지 있다. 93년에 시작한 왜관본당 성서교실과「신약성서의 윤리」1ㆍ2권의 번역작업이 그것이다. 『병상에서도 번역원고를 늘 품고 계셨어요. 일생에 가장 중요한 번역작업이라면서「이 일만은 끝내야 할텐데」라고 말씀하셨는데…』부인 백화옥(모니까ㆍ63)여사는 금년 2월 담낭암으로 입원후 1차 수술후에도 그의 번역 정리작업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왜관본당의 성서교실도 신약부분을 마무리하지 못해 늘 안타까워했다.
혼자서 사색하기를 좋아했고 산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김윤주 선생은 바오로 사도의 전교지역을 순례해 보는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덕(修德)을 쌓는 정신으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며 27년여 동안 39권이나 되는 도의, 사랑, 신앙의 서적을 번역하여 메말라가는 세상에 빛이 되어주셨습니다』. 지난 84년 2월 제2회 한국 가톨릭대상(문화부분)수상 당시 자료는 이렇게 적고있다.
그의 삶을 곁에서 지켜본 대다수 사람들은 『철저히 숨어 사시기를 원하셨던 김선생님은 평신도로서 한국교회의 보배와 같은 분이셨습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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