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묵주를 들고 구조작업에 임하는 한 신앙인을 우연히 만났다.
종로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원 신승호(다미아노ㆍ37ㆍ서울 원당본당)씨는 장마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구조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대형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비참한 심정 뿐입니다. 내 가족이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으로 구조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6월 29일 사고발생당시 집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던 그는 비상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에 바로 도착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너머로 『살려달라』는 생존자들의 비명과 신음이 뒤덮고 있었다. 『위험하다』며 말리는 대원들을 뒤로하고 바로 들어간 붕괴 현장에는 콘크리트 더미와 돌더미에 깔려 신음하는 부상자들도 아비규환이었다.
이날 신승호씨와 동료 대원들은 30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9시간의 구조노력 끝에 13명의 생존자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언론의 찬사를 받는 동안 119구조대원들의 구조 노력은 「당연한 구조노력(?)」이라는 여론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히 구조에 임하던 신승호씨. 그는 구조작업이 한창이던 7월 8일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에게 있어서 견진을 준비하면서 할 수 있는것은 구조현장에서의 묵주기도가 전부였다.
『앞으로 이런 사고가 다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귀중한 생명이 어처구니 없이 희생된는 이런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그동안 신앙 생활에 소홀히 해온 그가 다시 묵주를 집어든것은부인 이영숙(마리아ㆍ32)씨가 2년전 세례를 받고 난 이후 였다. 오히려 아내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각오로 신앙을 가지게 된 신씨는 직장에서도 더욱 열심히 생활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는다.
생존자를 구출할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는 신씨에게는 그 작은 기쁨을 누릴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생존자 구조와 견진성사의 기쁨을 뒤로하고 오늘도 그는 묵주기도와 함께 콘크리트 더미 사이를 헤메고 있다. 소중하고 또 소중한 한 생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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