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상잔의 비극 6ㆍ25가 상기되는 6월이다. 분단 50주년, 통일과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이 더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맞는 6월, 본지는 국내에 있는 공산권출신 외국 선교사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이 경험했던 사회주의, 그 속에서의 신앙생활, 자유화 이후 문제들을 통해 통일에 대한 바른 관점과 구체적 준비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북한을 남의 집같이 여기는 견해들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 북한교회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그들을 이해하고 잘 알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58년생 체코 부르노지방 출신으로 프라하의 봄을 경험할때까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생활했던 현명한 신부(클레멘트 벤체슬라오ㆍ살레시오회 서울 대림동 수도원장).
그는 미사 외에 교리, 캠프 등 모든것이 불법이었던 사회주의 안에서 신앙을 키웠었고 독일통합을 가까이 지켜본 경험에서인지 한국의 통일준비, 교육에 대한 시각이 객관적이면서도 날카로웠다.
독실한 가톨릭집안에서 성장했던 현신부는 신학교를 지망했으나 감시나 통제가 심한 체코교회에 회의를 느꼈다. 그리고 해외 선교사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27살 되던 84년 탈출을 감행했다. 그당시 체코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없었기 때문이다.
현신부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통일에 대한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체코 탈출 후 이태리에서 선교사 발령을 기다리던중 한국을 소임지로 받았는데 신문지상에는 그의 임지가 북한으로 잘못 발표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단다.
그리고 조국을 나설때부터 아프리카 선교를 꿈꾸었던 그에게 한국발령은 뜻밖의 사건이었다.
한때 한국으로 귀화할 생각을 가졌을 만큼 이제는 한국 사랑이 각별한 현신부. 공산주의 체험 탈출과정 한국으로의 파견 등 그간 현신부가 경험한 일련의 일들은 한반도와 통일에 대해 애틋한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듯 보였다.
현명한 신부는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한 일각의 노력에 있어 제일 우려되는 것은 국민들의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통일분제에 대한 교회와 정부의 진지하고도 구체적인 운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개념이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배경들은 북한을 바로 보는 시각에 장애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사전 왕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후 드러나는 문제가 많습니다.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을 게으르고 일할 마음이 없고 수동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동독사람들이 서독에 가서 구직을 하는 경우 쉽게 채용이 되지 않습니다. 서독인들이 동독인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신부는 어느날 남북통일이 이루어 졌을때 독일과 같은 결과는 몇배나 더 엄청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족들간의 만남, 문화 종교교류 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통일은 극심한 혼란을 예견케 한다는 것이다.
「한편 독일 통합후 동독출신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밀려온 자본주의 때문에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고 돈벌이 만을 추구하는데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빈부차이가 발생하면서 실업자들이 발생하고 서독인들에게 무시당하고… 그런 가운데 민족주의 나치주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는 한국의 통일교육과 준비가 너무 쉽게 여겨지고 추상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교회안에서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북한을 아는 노력이 부족했던것 같다는 의견이다. 주일학교 신자재교육 등을 통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통일관 정립도 그다지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86년 한국에 입국, 지난해까지 광주 사레지오고등학교에서 청소년교육을 맡아온 그는 교편생활경험을 토대로 정부의 반공교육을 지적한다.
「고등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은 백두산 금강산 평양 개성 등이 고작입니다. 1년에 두차례 정도 학교를 방문해 실시하는 정부의 학생 통일교육도 형식적이고 반공주의로 일관된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북한을 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여러 교육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교회의 경우 북한교회 역사를 아는 프로그램을 준비, 공감대를 조성하는 토대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결코 「불쌍해서 도와준다」는 우월한 위치에서의 도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받아들이는 프로그램을 준비, 하나의 교회ㆍ민족이라는 공감대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후의 북한선교를 고려, 통합 독일교회라든지 자유화된 동구교회의 모습등 사례들을 비교 연구 하면서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모색해야 할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연변지역 등 북한인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에서 복지 문화 교육사업을 전개,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 신자들은 형제적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앙과 그리스도교적 사랑이라면 닫혀져 있는 북한의 마음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느낍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점이나 부모를 공경하는 풍습까지 같은 한국에서 이제는 체코사람이기보다 한국사람이라 생각한다는 현신부가 당부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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