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살인하지 말라-하느님의 거룩한 율법(52~77항) ②
교황은 이제 57항에서 제시한 원칙을 낙태와 안락사에 적용한다.
우선 낙태에 관해, 이회칙은 「직접적 낙태, 즉 목적이나 수단으로서 의도하여 이루어진 낙태는 항상 중대한 유리적 무질서이다」고 단언한다.(62항)
아무도 태아가 무고한 사람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태아를 맨 처음부터 완전한 의미의 사람으로서 규정할 수 있느냐 하는데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교황은 우선 현대 생물학에 의해 정립된 사실을 제시한다. 즉「난자가 수정된 때부터 생명이 시작되며, 그것은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니다」(60항)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대해 많은 이들이 반론을 제기하며 초기의 배아는 유전적 본성은 갖추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개체발생적 의미에서 초기의 배아는 개체이전적인 것으로 볼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자면 생육이 가능한 인간 유기체가 있을때 비로소 거기에 인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여기서 인간의 육신과 영혼의 일체성을 무시하는 이러한 논리를 배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미 인간이 아니라면 결코 인간으로 되어지지 않을 것이다…인간 개체가 어떻게 인간이 아닐수 있는가?」(60항). 교황은 이어「인간이 대상이 될것이라는 개연성만으로도 인간배아를 살해할 목적의 어떠한 개입도 절대로 분명히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기에 충분하다」(60항)고 밝힌다.
교황은 낙태에 관한 이러한 가르침을 인간배아에 대한 실험에 적용한다. 「인간의 배아나 태아를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범죄이다」(63항)
교황은 (때로는 체외수정을 통해 특별히 제조된)인간의 배아나 태아를 생물학적 자료나 치료목적의 이식용 기관이나 조직으로 이용하는 것 또한 단죄한다.
교황은 태아기 진단기술에 대해 언급, 이 기술을 선별적 낙태를 위해 우생학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며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한다.(63항)
교황은 이어 다섯째 계명은 안락사에 적용한다. 교황은 안락사를「모든 고통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그 자체로써 그리고 고의적으로 죽음을 가져오는 행위나 부작위」로 정의하고 이를「하느님의 율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65항)으로 규정한다. 자살도「중대하게 부도덕한 행위」(66항)로 규정된다.
낙태나 안락사나 자살이나 모두 생과 사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적 주권을 빼앗는 것이며, 「하느님처럼 되려는 에덴의 유혹」(66항)에 빠지는 것이다.
교황은 여기서「이제는 이미 어떠한 기대효과와도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환자의 실제상태에 걸맞지 않는 의료조치」인「적극적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자살이나 안락사가 아니며, 「죽음앞에서 인간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65항)이라고 말한다. 의식을 감퇴시키거나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진통치료법」도 분명히 허용된다. 그러나「죽어가는 사람에게서 중대한 이유없이 의식을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65항).
마지막으로 이 장은 지금까지 제시된 가르침이 국법과 어떠한 관계를 갖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교황은「어느 사회에서든지 그 법제도는 다수의 확신을 참작하여 수용하는데 국한되어야 한다」(69)항 는 널리 퍼져 있는 견해를 반박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이가 인정하는 객관적 진리는 사실상 도달할 수 없으므로 정치인들은 다수결 이외에는 다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적 상대주의만이 자유와 관용을 보장하는 반면, 객관적 윤리규범을 강요하는 것은 권위주의와 불관용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러한 견해는 자기모순을 지니고 있으며 도덕가치로서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리고 몰락시키게 될 뿐이라는 점을 밝힌다. 우선 양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모순을 지니고 있다. 개인들은 자신들의 완전한 도덕적 자율성을 요구하면서도 정치적인 자신의 양심에 따른 확신을 제쳐두고 다수의 의견이라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민주주의적 법제정은 대립되는 이해관계의 균형을 잡는 타협으로 전락하게 되며, 여기서는 종종 가장 힘센자의 권리가 지배하게된다.
더이상 보편적으로 구속력있는 윤리기준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는 한 다수결 원칙을 절대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쉽사리 전제정치로 될 수 있으며, 낙태의 경우에는 바로 가장 약한 자가 대상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것을 윤리의 대역이나 비윤리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삼을 만큼 우상화 되어서는 안된다. …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것이 구현하는 가치에 따라 유지되거나 무너지거나 한다」(70항).
교황은 민주주의가 사회의 도덕적인 제도가 되기 위해서 전제가 되는 기본 가치들로「모든 사람의 존엄성, 신성불가침의 인권, 전치생활을 규제하는 먹적과 기준으로서의 공동선」(70항)을 제시한다.
교황은 이러한 주장의 실천적 결론을 내린다. 「낙태와 안락사는 어떠한 인간의 법도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없는 범죄이다. 그러한 법에 따를 양심의 의무는 전혀 없다. 오히려 양심적 불복을 통해 그것에 반대할 중대하고도 명백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73항).
교황은 더 나아가「양심적 불복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법적 처벌은 물론 법적, 규율적, 재정적 및 직업적 차원에서 어떠한 부정적 양향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74항)고 강조한다.
교황은 여기서 또하나 정치윤리와 관련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문제를 다룬다. 선출직 신자 정치인이 낙태법을 전면 폐기하기 위해 다수를 얻을 가능성은 없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을 개선할 가능성을 볼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여전히 불의를 정당화 하는 개선된 법에 반대표를 하고 기존 불의를 더욱 허가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공범자가 될 것인가?
교황은 이 문제에 대해 그 신자 정치인이 낙태에 절대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그것을 분명히 공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조건하에 그 정치인은「행악을 제한하는 것과… 부정적 결과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안을 정당하게 찬성할 수 있다.」(73항)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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