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은 가톨릭 교회가 정한「장애인 주일」이다.
가정과 부모 스승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5월을 접을 즈음 다가오는 장애인 주일은 가정과 사회속에 살아가고있는 소외된 장애인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한다.
장애인 주일을 맞이해 한 장애인의 생활 24시를 지켜 보면서 일반인들과 똑같이 대하는 시선이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따르르르릉」오전 7시 30분. 요란한 자명종 시계 소리와 함께 나일중(빈첸시오.25.서울동대문본당)씨의 하루는 바쁘게 시작된다. 아침햇살이 창문에 스며든지는 이미 오래다. 항상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습관때문에 늦잠을 잔 나일중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는다. 뇌성마비 장애 3등급의 그는 오늘도 어머니의 꾸지람을 뒤로하고 보문동 자택을 나서 직장인 종로구청으로 향한다. 어색하게 걷는 그를 지나는 사람들이 가끔 이상한 눈초리로 힐금거린다. 93년 9월 행정직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 어엿한 공무원인 그는 이제 이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는 자신에 차있다.
종로구청 호적계 밝은 미소 나일중. 이것이 그의 명함이다. 구청 업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호적 업무를 장애인 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맡은 그는 일처리가 신중하기로 소문나 있다.
민원업무를 처리할 때는 더 없이 친절하다. 대부분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이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나일중씨를 보고 의아해 하곤 하지만 이내 그의 밝은 미소에 친숙함을 느낀다. 장애인이지만 일반인과 다를바 없는 나일중씨의 생활은 장애인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인식과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일은 그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무래도 일처리 속도가 일반인들에 비해 어느정도 느릴수 밖에 없는 그지만 일 내용에 있어서 만큼은 남에게 뒤지는 것을 싫어한다. 일 처리가 늦어질 경우에는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완벽히 처리하는 꼼꼼함을 보이는 그는 상사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나일중씨가 장애인이기에 겪는 사소한 어려움들이 있다. 점심식사후 동료들은 자동판매기 주위에 모여 커피를 마시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흔들거리는 그의 몸이 일회용 컵을 들고 교양스럽게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커피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일조차 장애인들에게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너무도 몰라준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부터 볼펜으로 글씨를 쓰는 일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남모르는 백배의노력이 필요하다.
나일중씨의 오늘 오후 기분은 썩 좋지 않다. 한 전화 민원인이 그의 어눌한 목소리를 듣고 짜증을 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을 직접 대하는 민원인들은 그의 미소에 이내 신뢰감을 갖지만 목소리만 듣는 전화 민원인들은 장애인이 구청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다.
이 때문인지 오후 6시 공무원시험때 만난친구들과 술자리를 함께한 그는 어머니 몰래 배운 아직은 서툴은 담배 한개피를 어색하게 피워문다. 이럴때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기도 생활을 제외하면 유일한 스트레스해소법이다.
청바지에 티셔츠가 어울리는 그는 요즘 X세대를 자처하는 어김없는 25살 신세대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후에는 여가를 즐기고 휴일이면 성당활동에 열심인 나일중씨. 평범한 삶을 살고픈 나씨의 평범한 소망은 하느님이 주신 삶 자체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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