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문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는 문화위원회의 첫 사업으로 가톨릭미술상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국교회의 성장과정에서 뒷전에 머물렀던 문화위원회 사업을 활성화 시킬 전망이다.
『미술의 해를 맞는다는 의미도 있고 예술적으로 수준이 높고 신자 모두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선정함으로 문화예술계에 일종의 방향제시와 자극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현재 서울가톨릭미술가회에 위임, 한국가톨릭미술상제정을 본격화 하고 있습니다』
미술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높은 안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익 주교가 문화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되자 가톨릭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이들은 앞으로 한국가톨릭 문화발전을 위해 장익 주교의 활동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반응이다.
장익 주교는 『소위 창작생활을 하는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교회라는 제도의 틀을 거부, 교회로부터 멀어져가는게 서구교회의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미술가, 문인 등 문화예술인들 중 많은 이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장주교는 또 『우리 교회는 이러한 전문 인력을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제대로 지원해오지 못해왔다』고 평가하는 한편 『교회안에 몸담고 있는 많은 신자 문화예술인들 역시 우리 역사 앞에 문화발전을 주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앙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 그 구성원들의 몸에 어떻게 배어있느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곧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장익 주교는 이러한 측면에서 토착화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높아야 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또한 장익 주교는 『그동안 한국사회는 문화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어 왔고 교회 또한 그러한 영향속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현시대의 문화를 평가하고 『그렇지만 문화생활 자체에 대한 복음화가 교회의 또 하나의 사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문화의 복음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끝없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반복되는 자기초월을 통해 숭고한 예술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문화 예술인들의 삶이 종교의 진리와 상통한다면 신자 문화예술인에게는 한 분야의 전문창작인으로서 또 신앙인으로서 하나의 삶을 추구해야 된다는 책임이 있다.
이에대해 장익 주교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하고 절대화 하다보면 부단한 자기 초월의 세계, 자기를 끝없이 부정함으로 생기는 창작활동이 자폐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하고 『여기서 말하는 부단한 자기초월이 곧 죽음과 부활을 지속적으로 체험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세이고 이것이 곧 예술인들의 삶이 되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신앙과 예술은 내면적으로 서로 통하게 되어 있으며 삶이 자신의 정신세계와 따로 유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는 문화적으로 혼돈기에 빠져있다. 가치관의 혼돈, 삶의 준거들이 될만한 정신적인 기준이 없어진 사회 안에서 살고 있는 신자들 역시 정신적인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하느님의 복음의 빛으로 세상을 구원해야 될 가톨릭 교회는 또다른 구원의 사명을 역사로부터 요청 받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 전체가 위기 상황 속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장익 주교 역시 『이러한 때 일수록 한발 물러서서 밝은 눈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데 사목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고 이것이 상황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익 주교는 지난해 12월 14일 주교로 서품된 이후 그동안 사목국과 관리국을 신설하는 등 교구청 조직을 개편, 교구 행정의 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장익 주교는 춘천교구부임후 신속히 교구행정의 틀을 만드는 한편 교구내 본당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춘천교구장으로 부임한 지난 5개월 동안 흩어진 양떼들을 모으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장익 주교는 교구내 오지에 있는 유서깊은 교우촌들이 교회와 신자들로부터 버려지고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 교구관할 지역 내 관광지가 많은 관계로 특성을 살린 사목을 구상하면서도 무자비하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헤쳐지고 있는 강원도 지역의 산과 들을 바라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걸어서 가야되는 산을, 그래서 힘들면 가지 말아야 하는 산에 대로(大路)를 만들어 놓고, 숙박시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자연의 순리에 역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장익 주교는 곧 교구 내에 있는 몇몇 유서깊은 교우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장주교의 이같은 생각은 신자들에게 우리 선조들이 박해를 피해 걸어서 걸어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삶을 꾸렸던 모습을 체험케 하고자 그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생각에서다.
문화적 혼돈상태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가톨릭 교회가 진정한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맡아야할 몫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장익 주교. 장익 주교가 갖고 있는 「문화의 복음화가 교회의 사명」이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은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신자들은 앞으로 문화위원회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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