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과(大過)없이 지내온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본당신부님의 관심과 주위 신자분들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더라면 힘든 일이었겠지요」
만25년3개월간 몸담아 온 본당 사무장직을 정년 퇴임한 이백운(마태오ㆍ대구 남산본당)씨가 지난 3월 20일 교구내 본당 사무장과 신자 등 4백여명의 축하속에 조촐한 정년퇴임 및 송별식을 가졌다.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지요. 본당 사무처리는 물론이지만 어디 본당일이 사무장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까. 때론 목수도 돼야 하고, 하수구 치는 일까지 도맡아 했지요」
『사무장은 곧 「만능」이 돼야 했다』고 웃으며 말하는 이씨는 그러나 「보람을 느끼면서 스스로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전산화도 되고 사무직원도 있고 해서 근무여건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엔 수천장의 판공성사표를 혼자서 일일이 작성하곤 했지요.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젊은 혈기와 교회에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뛰었던 것 같아요」
「사무장을 과거엔 복사(腹事)라고 불렀다.」는 이씨의 말처럼 바로 교회의 머슴, 봉사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오늘이 있게 한 밑거름이었다고.
그에게도 물론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우선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박한 보수는 늘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신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봉사만 요구하는 신부님과 마치 허드렛 일꾼 대하듯 하는 일부 신자들의 시선은 더욱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5대째 천주교 신앙을 이어오고 있는 이씨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을 단련시키는 기회로 삼았다. 새벽미사에 참례하러 오면서「고생한다」며 담배 한가치를 남 몰래 건네주며 두 손을 꼭 쥐어주는 할머니들. 이들을 대할때마다 이씨의 굳은 마음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새로운 의욕과 힘이 넘치곤 했다. 이씨는 퇴임과 함께 「마지막 종지기」로서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게 됐다. 하루 세번씩 어김없이 울리면 그의 타종소리는 과거 시계가 흔치않던 시절 시간을 알리는 신호로, 하느님의 자비를 세상에 두루 알리는 은종의 소리로 25년간을 함께 해왔다.
「교회문건들은 영구 보존되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따라서 취급자의 각별한 관심과 정성이 있어야 하지요. 후배들이 당장 큰 변화만을 요구하지 말고 교회행정의 최일선 실무자라는 소명감을 갖고 살아주기를 바랍니다」
매년 열리는 교구 사무장 연주에서 맏형노릇을 톡톡히 해냈던 이백운씨는 「연주회때마다 새로운 얼굴들을 대해야 했던 것이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많았다」면서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소신껏 이일에 헌신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도 이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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