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영적 체험들을 통해 『나는 주님 마음을 많이 상해드린 못된 죄인인데 이렇게 큰 은총을 주시니 더더욱 이웃에 사랑을 심어주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퇴근길에 중학교 2학년인 대자를 만났는데 책가방이 메여 있어야할 등에 신문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집안사정을 물어본즉 어머님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중풍으로 몸져 누워 계신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미안한지 곧바로 방문하였다.
생활보호대상자라 읍사무소에서 주는 쌀20㎏ 보리쌀5㎏ 연료비 및 부식비 3만원으로 생계는 유지할 수 있으나 먹는것 조차 부족하였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보낼 수 없다고 대자의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해 나는 주님께 기도드리고 후원자들 찾아나섰다.
신협 이사님께 딱한 사정을 말씀드리니 분기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셨고 한자매님은 3년치 등록금을 내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어떤 형제님은 매월 10만원씩을 주겠노라 하시며 격려해 주셨다. 또한 14분께서 매달 1만원씩 후원하여 3년만기 2백50만원 적금을 가입해 대학등록금에 보태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뜻밖에 대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대자의 어머니는 살아 계실때 방문을 하면 『나는 몸이 불편해 이웃을 돕지 못하지만 로사리오 기도로써 도와드린다』며 9일기도를 다섯분이나 지향을 두고 매일 기도하며 성경책을 몇번 봉독하시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신부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늘 하신분이다.
장례식날 땅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형제자매님들도 아이의 장래를 위하여 눈물로써 연도 드리며 위로해 주셨다. 또한 나의 심금을 울리게 한 것은 학생 레지오 활동을 하는 대자인 토마스 아퀴나스 친구 16명이 나에게 『아저씨 제발 부탁인데 규용이를 고아원에 보내지 마세요. 우리들이 병도 줍고 폐품을 모아 팔아서 학비를 부담하겠으니 우리들 곁에 있게 해 주세요』라며 울면서 애원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불쌍하여 죽이되든 밥이되든, 우리집에 가서 살자며 집에 데리고 오니 참으로 난감하였다.
아내가 『우리아들 삼형제도 키우기 힘든데 난들 어떻게 하느냐』며 당장 데리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보내더라도 하루저녁만이라도 재워서 보내자 하여 의논끝에 잠을 재웠다. 이튿날 새벽이 되어 아내가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하던중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게 되었는데 내자식들은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는데 규용이는 엄마생각에 천장을 바라보며 한없는 눈물을 흘리어 베개를 적시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내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규용아 어제는 내가 잘못하였으니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꾸나』하며 끌어 안아 주는 것이었다. 놀란 것은 중학교 2학년인 우리아이가 『아빠, 나 학원에 나가지 않아도 점수를 더 올릴테니 그 돈을 규용이에게 보태 줘요』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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