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들의 상황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은 병자의 날 제정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사목과 자선 활동에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사회 안에서 그러한 활동이 더욱 효율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만연되어 있는 이기주의로, 흔히 삶의 전형인양 제시되고 있는 개인주의적 실용주의로, 인간의 초월적 운명에 대한 빈번한 부정이나 무관심의 표출로, 인류를 불안케 하는 도덕적 정신적 가치들의 위기로, 우리 사회는 병들어 있습니다. 정신의 병이 결코 육체의 병보다 덜 위험한 것이 아니며, 이들은 서로 영향을 미칩니다.
10년전 저는 1985년 2월 11일자의 교서 「인간의 고통」(Dolentium Hominum)을 발표함으로써 교황청 보건사목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통해서 「병자들과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병자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표명하고, 그들이 헌신하고 있는 자비의 사도직이 새로운 요구들에 부응할 수 있도록」하고 있습니다.
1995년 2월 11일에 거행될 이번 세계 병자의 날과 관련된 중요한 행사가 아프리카 코르디부아르 야무스쿠로의 평화의 여왕이신 마리아 성지에서 열리게 됩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특히 야무르스쿠로 마리아 성지에서 거행되는 이와같은 중요한 행사를 계기로 함께 모여 우리는 고통과 평화의 밀접하고 심오한 관계를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가 없는 곳에는 고통이 만연하고 죽음에 세력이 기승을 부립니다. 가정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사회 공동체에서도 상호간에 평화적인 이해가 줄어들면 생명에 대한 위협이 확산됩니다. 따라서 자기 희생을 통한 생명에 대한 봉사, 생명 증진과 옹호는 개인과 사회의 진정한 평화 건설에 없어서는 안될 조건입니다.
평화의 원천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며, 우리모두는 그 십자가 안에서 구원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하고(1고린 1,24참조), 그리스도와 같이 고통받도록(루가 9,23:21,12-19: 요한 15,18-21참조)초대받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그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십자가의 건설적인 힘을 선포하게 됩니다.
「인간이 받고 있는 죄의 위협이 클수록, 오늘날의 세계가 수반하고 있는 죄의 구조가 무거을수록, 인간의 고통이 안고 있는 웅변은 그만큼 더 큰 법입니다. 그리하여 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인간 고통의 가치에 의존할 필요를 그만큼 더 절감하고 있는 것입니다」(교황교서, 구원에 이르는 고통, 27항).
고통을 선용하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고통을 바치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서 평화의 행위이며 선교입니다. 힘없는 사람들, 병자들, 고통받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증거는 평화에 대한 지대한 공헌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통은, 한편으로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재발견케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를 위해 투신케 함으로써 더욱 깊은 영적 친교에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남은」고난을 내 몸으로 채우는 (2고린7, 10참조) 고통이며, 기쁨의 원인과 근원이 되는 고통입니다. 그 고통은 생명과 평화를 잉태하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친애하는 형제다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 모두가 고통을 봉헌함으로써 평화의 일꾼이 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받아들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힘든 요구에 응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신뢰를 가지고 「고통받는 종」예수님을 향해 시선을 돌리십시오. 여러분이 겪고 있는 시련을 은총의 선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주십사고 주님께 간청하십시오.
이제 병자들에게 봉사하는 의사, 간호사, 단체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참사랑을 베풀고, 신자로서 그들안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높이 받들 수 있다면 여러분이 하는 일은 평화를 위한 진정한 증거와 구체적인 활동이 될 것입니다.
아낌없는 희생과 헌신으로 일하고 계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저의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 의약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에게는 열의와 지극한 헌신으로 그 일에 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복음의 선포와 증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광대한 보건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일꾼들을 많이 보내 주시기를 추수밭의 주인이신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병자 여러분들과 물질적 정신적으로 여러분을 돌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온 마음으로 저의 특별한 사도적 축복을 보내드립니다.
바티칸에서 교황 재위 제17년, 1994년 11월 2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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