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 조천읍내에 있는 「조천한약방」 입구를 들어서서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성가정(聖家庭) 상(像)과 그 아래에 마더 데레사 사진이 들어 있는 큼직한 액자, 진료대기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선교 책자들. 이런 것들이 이곳 주인의 신앙을 한눈에 알아보게 한다.
조천읍내는 물론이고 북제주군에서도 이젠 어지간히 알려진 조천 한약방의 한태만(프란치스꼬ㆍ40)씨.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그의 삶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
두살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평생을 오른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집안형편도 넉넉지 못해 학업도 중학교까지 밖에 다니지 못했다.
『지금이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 됐습니다만 제가 자라던 그때만 해도 병신 절름발이란 말은 예사로 들었습니다. 부모님 원망도 했었고, 때론 세상이 한없이 밉기도 했습니다』
71년 중학졸업 후 한해를 쉰뒤 바로 한약방에 취업한 한씨는 그곳에서 인생을 걸고 도전해볼만한 목표를 찾게된다. 그것은 곧 한약업사로서의 삶이었다. 『현실을 불평하기 보다 받아들이고 작은 꿈이나마 성실히 최선을 다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일찍이 깨달은 그로서는 이보다 더한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한약업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졸 이상의 학력이 필요했다. 그는 곧바로 야간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그로부터 10여년간 한씨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그러나 결코 좌절할 수 없는 인고(忍苦)의 나날이 계속됐다.
10년이 넘게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고작 4시간. 한문실력이 달려 가장 애를 먹었지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달려가서 물었다. 이왕에 할려면 최고가 되어보자는 욕심(?)도 생겼다.
78년 영세한 한씨는 83년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한씨는 『개인적인 능력 노력보다는 하느님의 은혜와 인도가 없었던들 오늘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한 인간에 대한 변치않는 신뢰로 도움과 격려를 준 많은 지인들도 잊을 수가 없다.
한씨는 91년부터 제주지역 지체장애인복지회 회장을 맡고있다. 복지회 창설때부터 적극 참여해 온 한씨는 작년부터 복지회의 조직확장 및 강화에 박차를 가해 최근 제주도내 14개 분회를 모두 개설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 9월에는 장애인 고용의무촉진 하향조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반대운동을 이끄는 등 장애인 복지증진을 위한 각종 사회활동에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인, 이웃등 우리 모두의 관심입니다』 지난 11월 재속 프란치스꼬 회원으로 종신서원식을 가진 한씨는 평범한 가운데 성실과 진실과 삶이 이루어낸 인간승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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