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조차 모시고 살기 싫어하는 요즘같은 세상에 무려 10명의 할머니를 자신의 친어머니처럼 정성껏 모시며 화목하고 재미난 가정을 이끌어가는 보기드문 사람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서울대교구 경기도 파주군 법원리본당의 정경구(59ㆍ필립보) 사무장.
결코 넉넉한 공간이나 살림살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버려지거나 무의탁 할머니들을 자신의 집으로 모셔와 친아들처럼 편안한 노후를 마련해 주는 그를 사람들은 『도대체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들 말한다.
「쥐꼬리만한」 사무장 월급으로 자기 내외와 두 아들은 물론 10명의 어머니들이 함께 먹고 살기는 때론 힘겹고 빠듯하지만 그래도 집안에 가득한 사랑과 웃음이 그의 마음을 더없이 풍요롭게만 한다.
『친어머니 얼굴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만큼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다 보니 가족간의 정이 무척 그리웠었나 봅니다. 고부간의 갈등이 있다느니 부모님을 버린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들려도 저는 부모님을 모셔보는 것이 정말 큰 소원이었어요』
비단 부모뿐만 아니다. 그는 지난 87년 할머니들을 모시기 시작하기 전부터도 고아, 넝마주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그들의 자립을 돕고 형제애를 맺어왔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았던』 그는 평생 『집의 대문을 잠가놓고 잠든 적이 없으며』처음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던 그의 식구들 조차 항상 북적대는 객식구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맞는 동반자가 되었다.
특히 그가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된 것은 20여년전 배론에 성지순례를 갔다가 그곳의 산비탈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을 지키며 홀로 살아가는 노인과 친분을 맺게되면서였다.
10여년 근무하던 면사무소를 그만둔뒤 비교적 한가한 생활을 하던 그는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요청에도 『고향에서 죽고 싶다』며 거절하는 할머니를 매달 찾아가 친어머니께 대하듯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위안은 물론 임종까지 봐 드렸다.
이후 『언젠가는 할머니들을 모시고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만 본당 사무장 월급으론 도통 경제적 여유가 없어 고민하던 그는 결국 『넉넉한 살림에 노인들을 모실려면 죽어서도 못할것 같아』경기도 양주군 주내면에 위치한 자신의 좁은 집안에 가건물 1동을 손수지어 무의탁 할머니 2명을 모시기 시작했다.
『이후 소문이 퍼져 성당앞에 할머니들을 버리고 가기도 하고 또 할머니 스스로도 찾아와 식구가 이렇게 늘었어요. 나야 이렇게 밖에 나와 일하니 별로 힘들것이 없지만 저의 아내가 할머니들의 뒷 수발을 드느라 수고가 많았지요. 지금은 노인네가 되어가는 저희 내외가 할머니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연료비, 식비 걱정이 없을날 없지만 그래도 그는 『마지막 여생을 하느님 품안에서 마친 노인과 아직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정성껏 초상치르는 자신을 친자식처럼 여기며 「이곳이 천국」이라고 말할 떄』느끼는 보람과 기쁨으로 삶이 만족스럽기만 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