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가 세상에 내보이는 성사와 은총은 우리의 모든 일상 안에 투영돼 있다. 이 진실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소소한 명칭과 휴일, 기계적으로 거행하는 예식 등에서 언제나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의 수많은 도시와 카운티, 거리, 휴일 등은 가톨릭 성인과 축일을 기념해 정했다. 커피의 한 종류인 ‘카푸치노’(Cappuccino)는 지난 2003년 시복된 카푸친회 수사 마르코 다비아노가 처음 만들었고, 바지를 나타내는 흔한 단어 ‘팬츠’(Pants)도 성 판탈레온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작은 일상의 문화를 넘어서, 가톨릭은 전문적인 학문과 이론체계에도 인상적인 영향을 미쳤다. 각종 예술 장르뿐 아니라 유전학과 지진학, 항공학, 무선통신, 텔레비전 등 수많은 현대사회 이론과 발명품들도 가톨릭 성직·수도자 혹은 신자들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서양문명을 형성시킨 본질적인 힘과 영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서양사에서 ‘가톨릭’ 이라는 키워드를 배제할 순 없다.

▲ 핼러윈, 프레츨, 카푸치노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문화들의 기원을 찾아가면 가톨릭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흔한 인사말과 먹거리, 건축과 미술, 음악과 연극, 스포츠, 문학, 동식물학, 교육과 미신, 법과 정치적인 요소들, 각 국가의 도시와 국기 이름, 관용적으로 쓰이는 단어와 표현법에 이르는 다채로운 어휘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 녹아든 가톨릭의 의미를 풍성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각 단어의 기원을 살피는 가운데 일상의 범속함에 가톨릭이 전해준 성스러운 정신과 역사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무의식 중에 매일같이 마주하는 먹거리와 생활도구뿐 아니라, 우리 삶의 면면들이 ‘가톨릭’이라는 거대한 의미망 안에 묶여있음을 알 수 있다. ‘속(俗)’에서 ‘성(聖)’을 찾아내는 재미와 매력 또한 쏠쏠하다.
저자인 마이클 P. 폴리 교수(미국 베일러대 교부학과)는 특히 “가톨릭 신앙은 서서히 버림받고 노골적으로 탄압 받으면서도, 서양의 전반적인 감수성을 형성하는 데에 광범위하고 의미심장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 책은 우리의 언어적, 문화적 세계가 하느님을 향한 가톨릭의 강생적이고 성사적인 감사의 흔적을 지닌다는 것을 점점 더 깊이 깨닫게 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