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양반으로 살아오던 이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천대받던 백정이나 갖바치 신분도 기꺼이 받아들였던 생활. 신자들이 숨어사는 험한 산속까지 찾아다니며 밤새 성사를 주는 일상 안에서도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해 피폐해져 갔던 선교사들의 건강. 부인이 삯바느질을 한 덕분에 겨우겨우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자신의 집을 본당으로 기꺼이 내놓았던 성인 정의배의 정성. 중국에서도 처참하게 이어졌던 박해로 인해 기혼자였지만 사제로 발탁됐던 주문모 신부의 삶. 나아가 피난생활로 인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신자들의 처참한 체험을 비롯해 천주교와 민간신앙이 충돌하게 된 다양한 배경과 사연들….
「박해시대 숨겨진 이야기들Ⅰ」(407쪽/1만2000원/도서출판 순교의맥)을 읽다보면 막연히 힘겨웠을 것이라고 상상만 해오던 신앙 선조들의 삶과 신앙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인 서양자 수녀(아가타·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는 「중국 천주교사」를 비롯해 「중국 천주교 순교사」, 「청나라 궁중의 서양 선교사들」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30여 년 간 중국교회 연구에 매진하며, 거대한 중국대륙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장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엮어낸 역작들이었다. 특히 이러한 연구 활동들은 한국교회사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했다.
「박해시대 숨겨진 이야기들Ⅰ」은 이른바 생활인의 시각에서 한국교회사를 보다 새롭게 들여다보고, 가려졌던 모습과 배경 등을 풀어낸 책이다.
이와 관련해 서 수녀는 “어떤 자료인가보다는, 그 자료를 어떠한 시각으로 보는가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인다”며 “이 책에서는 특별한 가치를 발굴하는데 힘썼다기보다는, 기존 교회사에서 다루지 않았거나 빠진 부분,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 있던 사건 등을 조사하고 해설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책은 200여 년 전 조선시대 생활문화 등을 풍성하게 제시해 신자들의 생활상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자료조사를 위해 서 수녀는 서울대교구 내 성지와 신자들의 삶터를 수년간 탐방하고, 생존한 노인들의 증언 등을 수합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당고개 사형장이 산꼭대기가 아니라 당고개 부근 만초천 모래사장이었다는 주장에도 힘을 실었고, 성녀 김효임·효주의 고향에 대해서도 밝혀냈다. 총 21부에 걸쳐 이어지는 방대한 책자에서는 교우촌 생활을 비롯해 우리나라 세시풍속과 천주교, 서울 각 지역의 생활 특징과 당시의 의복 등 다양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구입문의 041-554-1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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