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교황의 각종 발언 중 일부만을 발췌해 ‘이슈화’함으로써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키곤 했다.
독일의 유명 언론인인 페터 제발트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나눈 대담 내용도 일부분만 보도에 활용됨으로써 전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대담을 추진한 페터 제발트는 원래 반가톨릭적인 심층기사를 써내기로 유명한 언론인이었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이었던 시절에도 그를 비판할 목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당시 인터뷰를 계기로 페터 제발트는 도리어 가톨릭신앙을 되찾았고, 지난 2010년에는 교황의 여름휴가 시기를 활용해 대담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교황 개인 신변에 관한 사사로운 내용들에서부터 교회와 사회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들이 베일을 벗고 일반인들에게도 전해졌다.
“수많은 문제가 있고 모두 다 해결돼야 하지만, 그 중심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으면 그리고 이 세상에 하느님 모습이 새롭게 보이지 않으면 결코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습니다.”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 대담에서 “지금 인류는 갈림길 앞에 섰으며, 변화하고 회개할 시간이 왔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교회 내 성 추문 사건, 환경파괴와 세속주의로 인한 재앙, 교회의 내적 쇄신, 도덕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드는 대중매체, 과학만을 맹신하는 세태 등에 대한 입장과 인류가 나아갈 바를 단호한 목소리로 밝혔다.
대담 내용은 ‘시대의 징표들’, ‘교황의 직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등의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엮었다. 제3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서 교황은 우리 삶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일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강단있게 답변해 더욱 눈길을 끈다. 권위의 옷을 벗고 진솔하게 내놓은 답변은 물론 교회의 모습도 가차 없이 비판하는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머리와 마음에 더욱 깊이 다가선다.
이번 대담집을 우리말로 옮긴 정종휴 교수(전남대 로스쿨)는 “이 책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변화에 대한 분명한 평가 없이는, 그리고 신앙의 진리에 대한 자각 없이는, 교회는 스스로도 정화될 수 없고 교회가 세상도 바꿀 수 없다는 교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일조하길 바랄 따름”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지난 1991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처음 만났으며, 이후 대담집 「그래도 로마가 중요하다」, 「이 땅의 소금」, 「신앙, 진리, 관용」 등의 책을 번역한 바 있다. 「세상의 빛」의 감수는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겸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인 유경촌 신부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