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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교구에서 구역·반을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 운동을 통하여 새 복음화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초 교회 공동체의 원형인 가정공동체를 살리지 않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교 회당모임을 금지 당했을 때 그들은 가정에서 먼저 모였고 그 다음은 좀 더 큰 모임을 가졌다(사도 2,46). 가정이 첫 번째 교회였고 그 다음 여러가족들이 모여 구성된 가정 곧, 교회가 출현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고 하시며 가정을 교회로 묘사하고 있고 4세기 성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가정을 ‘에클레시아(Ecclesia)’라고 적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정은 복음을 전하는 사명과 그 자체의 특별한 특성을 가진 교회로서 ‘가정 교회(Domestic Church)’라고 부르고 바오로 6세 교황은 가정을 사회와 교회에 가장 기본이 되는 세포로서 ‘작은 교회(Little Church)’라고 불렀다. 이렇게 가톨릭 공동체의 근본적 전제는, 가정은 “사회에 대한 평신도의 의무가 시작되는 최초의 장소로서 생명과 사랑의 요람이요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자리이며 ‘집안 교회’로서 신앙 교육을 위한 자연적이고도 기본적인 학교로서 인류의 미래”(「평신도 그리스도인」40항)로서 신앙을 유지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발달하는데 중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가정이 교회가 된다는 것은 바로 소명이며 정체성인 것이다. 결국 주님의 복음이 구현되는 현장이 가정이며 거룩한 삶으로써 복음이 전파 되는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된 오늘날 우리 가족만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가족 이기주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벗을 위해 제 목숨을 내어놓는 모범을 보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 가정은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을 당하거나 불의를 당하는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찾고 그리스도가 되어 주어야 한다.
이제 교회는 이러한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가정들을 후원하고 그 가족들을 돌보아주며 그들이 복음의 조명 아래 살도록 도와야 한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고린 12,26)라고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이 아파하는 지체들을 더 이상 교회에서 외면할 수는 없다. 하루속히 그들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하느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만남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인생에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인생의 가치가 보람에서 그 의미를 찾게 되듯이 이러한 가정사도직 활동을 통해 가정의 참가치 역시 가족들이 함께 땀 흘리는 봉사에서 보람을 찾게 될 것이다.
결국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 공동체는 이웃과 사회를 향해 열려진 공동체로서 봉사라는 신앙의 증거를 통해 참된 가정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