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의 명물로 제법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온누리 어린이 국악예술단」대표 구상본(베드르ㆍ39)씨. 긴 방황과 어둠의 생활을 훌훌 털고 새 삶을 찾아 둥지를 튼 것이 불과 몇년전. 구씨는 요즘도 매일아침 햇살을 맞으며『은총이 무엇인지』깊은 묵상에 잠기곤 한다.
돌이켜보면 너무도 급작스럽게 변화된 삶이었고, 순간 순간 하느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구씨는 19살때 가출하면서 그의 방황은 시작됐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아버지의 재혼과 형제들의 무관심. 아직은 어린 가슴에 감당하기 벅찬 아픔이었다.
『그때부터 꼭 15년간을 잡초처럼 살았습니다』. 어둡고 거친삶에 길들여진 그에게 빛이 찾아든 것은 91년이 다갈 무렵. 지금의 부인 박경화씨를 소개로 만났다. 당시 구씨는 이혼 후 6살난 딸 승희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고, 부인 박씨는 전 남편과 사별 후 시집살이를 하고 있던 터였다. 박씨에겐 승희와 동갑나기인 아들 형석이와 딸 정아가 있었다.
『집사람을 처음 봤을때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꼭 거짓말을 하는것 같았습니다. 도시생활에 찌든 저로선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그즈음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아픔을 안고 고뇌하는 구씨의 모습은 박씨에게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구씨와 박씨는 만난지 석달만에 살림을 합쳤다.
그리고 재혼 한달만에 성당을 찾았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습니다. 무언가 새롭게 의지하고 지탱시켜줄 바탕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아내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러나 이들의 영세는 순탄치 않았다. 구씨의 이혼전력이 문제가 됐다. 예비자 교리를 시작한지 2년만인 지난 94년 1월대구 상동성당에서 이들은 영세와 더불어 혼배성사를 받았다.
구씨 부부는 지난 93년 초 지금의 청도군 이 서면으로 옮겨왔다. 입주를 앞두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주머니를 털어 1억여원으로 과수원 1천여평을 샀다. 조립식 건물 2동을 짓고 맘껏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게 손수 가꾸었다.
「온누리」사물놀이패가 태어난 것은 전원생활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지난해 봄.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다 음악을 택했고, 서양음악과는 달리 빨리 배울 수 있는 국악을 택했다. 구씨 사랑은 낳은 자식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영이와 위규도 이가정의 아들 딸로 함께 살고 있다. 최근엔 은미와 창훈이까지 위탁교육생으로 들어와 사물놀이패는 7명으로 늘었다.
하루 네시간씩, 휴일이나 방학때면 하루 8시간씩의 고된 연습을 견디어내는 이들은 이제 청도 칠곡초등학교의 자랑이자, 청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95년 12월 고령 들꽃마을 장애인위로공연을 시발로 각종 노인잔치에, 단체 기념행사 등에 단골손님으로 초청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차지할 수 있는 몫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요』.
초겨울 석양을 바라보는 그의 눈엔 말로 다못할 감사와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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