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버려질뻔한 한 영혼을 하느님의 자녀로 인도한 사례가 있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 우정본당 정주화(이시도로ㆍ57)씨. 그가 이진태(엘리야ㆍ30)씨를 만난 것은 한겨울 바람이 살을 에이던 지난 1월이었다.
『성당 사무실에 있던 중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한눈에 몸이 성치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목발에 의지해 겨우 걸으며 차림새도 엉망이었어요』.
모두들 구걸하러 온 거지인줄로 알았다. 쓰러질 듯한 걸음으로 성당 안으로 들어서는 이씨를 본 정주화씨는 본능적으로 그를 따라 갔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이 고통에서 하루빨리 낫게 해주십시오』. 이씨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애절하게 하느님을 찾는 그를 지켜본 정씨는 무언가 운명같은게 느껴졌다. 정씨는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의 부르심이라는 사실을, 하느님이 내게 맡기시는 일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이진태씨는 7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불구가 되고 뇌를 다쳐 언어장애를 입었다. 뒷바라지 하던 가족들도 오래전부터 그를 포기했다. 세 아들 중 둘째로 가장 똑똑하다던 그가 당한 모습에 아버지는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대소변조차 혼자 가리기 힘든 그는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버려진 상태였다.
대충 이러한 사실을 들어 안 정씨는 그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가족들의 냉대와 비웃음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매주 한 번씩 방문해 가족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정씨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만 끊임없이 바쳤다.
지난 3월 5일, 예비자 교리반이 열리던 날. 정씨는 이씨를 들쳐 업고 교리반에 등록했다. 그로부터 6개월, 정씨의 희생은 단 한주도 빠지지 않고 피폐한 영혼이 구원의 말씀을 찾는 일에 바쳐졌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반쯤에 집에 도착해 이씨를 데리고 나온 정씨는 8시 교리반에 그를 안내했다. 교리가 끝나는 시각이 9시 20분경. 그를 다시 데려다 주면 밤 10시를 쉽게 넘겼다. 이씨가 거주하던 성안동은 도심 가운데서도 일반차량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길이 험한 빈촌.
그러나 정작 정씨를 끝까지 괴롭힌 것은 좀체 마음을 돌리지 않는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진태를 데리러 가면 수녀님 드릴 거라며 물통을 들고 교리책을 끼고 기뻐하는 반면에 가족들은 제가 가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어찌 그럴수가 있는지』. 그때의 가슴앓이가 되살아나는지 정씨는 끝내 눈물을 내비친다.
폭음으로 망가졌던 이씨의 육신도 시간이 갈수록 회복되는 듯 했다. 부축을 해야만 걷던 것이 목발 없이도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됐다.
9월 22일 이씨가 영세하던 날. 우정본당은 남다른 기쁨과 보람을 만끽했다. 이씨에겐 6개월 개근상이 주어졌다. 영세 후에는 청년회에서 돌아가며 이씨의 주일참례를 돕기로 했다. 「우정성당의 귀염둥이」로 새로 태어난 그의 영세가 「본당의 경사」가 된 것이다.
이씨의 가족들도 영세하기 몇 주 전에야 마음을 열고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영세하던 날 이씨의 어머니는 『진태가 사랑스럽다』며 『곧 나도 성당에 나가야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씨는 어려웠던 만큼이나 이러한 변화들이 모두 하느님의 이끄심이고, 은총의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하시고자 하면 안 될 일이 없지 않습니까』.
정씨는 본당 사목회 성소분과 위원장과 울뜨레야 간사, 쁘레시디움 회계를 맡아 본당에서도 이미 알려진 일꾼. 지난 94년 꾸르실료 수료 후 「신앙의 삶」에로 큰 회심을 경험했다는 정씨는 『영혼을 구하는 하느님 사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지 모두가 깨닫게 됐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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