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패망전 사이공 부대주교로 재직하다 고딘 디엠 월맹군 정권에 의해 투옥, 75년부터 88년까지 13년 동안 감옥생활을 경험했던 구엔 반 투안 대주교가 9월12일 내한했다. 수감생활당시 감옥에서 쓴 영적 편지들을 묶은 「희망의 길-감옥에서 나의 백성들에게 보내는 편지」 저자이기도 한 구엔 반 투안 대주교는 「희망의 길」 한국어 출판기념과 서울대교구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신앙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천년을 향한 한국교회의 쇄신과 도약을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신앙대회 참석소감을 밝힌 구엔 반 투안 대주교는 덧붙여 『이번 신앙대회는 김대건 신부와 순교 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소명의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엔 반 투안 대주교는 88년 출옥과 함께 해외로 추방돼 현재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구엔 반 투안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한국교회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73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지난 92년 꾸르실료 한국진출 25주년을 기해 서울에 왔었다. 김수환 추기경과는 오랜 친구이고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와는 로마 울바노대학 클래스메이트이다. 베트남교회에는 1백70여 명의 순교 성인들이 있는데 한국도 1백3명의 성인을 모시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유사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신앙대회 참석이 기쁘고 「희망의 길」한국어 번역으로 한국 신자들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흐뭇하다.
-현재 베트남 교회 상황은 어떠한지.
▲ 성당에 가서 기도는 할 수 있지만 대외적 종교 활동은 금지돼 있다. 파악되고 있는 신자수는 6백만 정도이다. 신자들의 단체 조직, 교육 모두 할 수 없다. 북베트남에서는 20년 동안, 남베트남에서는 10년 동안 신학교가 폐쇄됐었다. 5년 전만 해도 가톨릭 신자들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었고 공무원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소 완화된 상황이고 5년 전부터는 사제서품식이 다시 거행될 수 있게 됐다. 공식적 전교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자 증가율이 높지는 않지만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베트남교회에 대한 전망은.
▲ 다른 나라와 같은 종교 자유는 없지만 발전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가운데 성소자도 많은 편이고 교회재건을 위한 노력들도 많이 눈에 띄고 있다. 박해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베트남 신자들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이라 생각한다.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자라는 자체가 신앙을 증거하고 교회에 대한 소명감과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가 널리 알려지지 않음으로 해서 무신론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파급될까봐 우려된다. 이론적 무신론은 무섭지 않으나 생활적 실천적 무신론은 그 여파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항상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교회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베트남교회 활성화를 위해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바가 있다면.
▲ 국외에 있는 베트남 사람들 중 2백만이 가톨릭 신자이다. 이들을 위해 기회가 닿는 대로 자주 강연과 교육을 하고 있다. 강연내용을 비디오로 제작 보급하기도 하는데 비디오는 국외 베트남 신자들에 의해 베트남 국내에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베트남교회 재건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먼저 베트남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를 통한 일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도 양국 간 교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상호관계 외에도 영신적 유대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
-「희망의 길」은 한국 외에도 중국어 영어 불어 등 8개국 어로 번역 출판되는 등 많은 나라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한 생각은.
▲ 아마도 살아있는 신앙체험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라 여긴다. 미국의 경우 이 책이 꾸르실리스따들의 필독서로 권해지고 있다. 또한 주교가 감옥에서 쓴 것이라는 점도 신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한국교회 모습과 활동에 대한 평소 의견은.
▲ 한국교회 성장 모습을 볼 때마다 늘 감탄하고 있다. 보통 경제가 성장하면 교회의 역할과 신앙이 약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비약적 경제성장과 교회발전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태평양지역이 세계 문화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이 지역 복음화를 위한 한국교회 역할은 매우 클 것이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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