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0여 년의 짧은 시간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세계가 놀랄만큼 근대화를 이룬 것은 오뚜기 같은 끈기와 하느님의 축복이라 믿는다.
그 바람에 부드럽고 찰흙같은 인정은 수분이 거의 없어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살아가다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그것이 약자인데, 우리는 현실에만 만족하려하고 훗날 노인이 되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아 소수에게 무관심하게 된다. 사회가 급속히 발달하고 갑자기 풍족해지기 전엔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치마 속 주머니에 감춰 둔 건빵의 사랑을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그 반대로 광고적인 사랑을 더 볼 수 있다.
지금의 복지정신은 무조건 시중만 들려고 하는데 있는것 같다. 즉, 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자립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곳은 아주 적고 어느 한 시설에 수용되어 편히 지내는 곳은 많기에 재능이 있어도 개인의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수요시설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계나 정부나 할 것 없이 장애인 편의시설보다는 시중만 드는 수용시설만 만든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종교들이 자비와 사랑을 말하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어느 한쪽을 거부하고 말았다.
그것은 장애인들이 어느 종교를 택하려 해도 한 곳도 편의시설을 해 놓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절대 그런일 없어,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수용해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수용시설이 불필요해서 없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 장애인들이 먼저 의지할 곳은 종교인데 너무 정상인 위주로 건물을 지어 「오라, 오라」하여도 편의시설이 없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었다.
장애인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서도 성당에 편의시설이 없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맹인들을 위한 점자책과 점자안내판, 지체부자유인을 위한 경사로와 농아인들을 위해 수화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꺼번에 갖추기엔 어렵다. 우선 성당마다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장애인들만 편리한 것이 아니라 유모차들도 쉽게 다닐 수 있다.
요즘 신축을 하는 성당이 많다. 이때 편의시설도 같이 설치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장애인들이 교리를 받을 경우 대체로 교리실이 지하 또는 윗층에 있어 장애인들이 긴 기간동안 교리를 배우기엔 상당히 힘들다.
성당마다 편의시설이 마련되는 날엔 하느님께서도 흐뭇해 하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는 말씀을 의심치 않으리라.
우리 천주교회에서부터 먼저 장애인 편의시설이 마련 될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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