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주민등록증 사진 하나 없었다.
7월27일 오전 10시 중부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아침,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은대 3리1반 움터에 사는 김갑례(마리아ㆍ71)할머니가 허름한 토담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 자리에서 참변을 당했다.
레지오 단장으로부터『비가 많이와 위험하니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난 직후였다.
범람하는 강물을 보고 뒷문으로 빠져 나와 뒷산으로 급히 오르려한 듯, 할머니의 시신은 벗겨진 슬리퍼와 함께 뒷문 근처에서 발견됐다.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웠던 인생살이를 상징이나 하듯 쏟아진 폭우는 사진하나 남기지 않고 할머니의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경기도 안성에서 올라와 전곡본당 초대신부의 식복사로 지낸 것이 계기가 돼 이곳에 눌러 앉은 것이 벌써 30년. 할머니가 이 세상에 남긴 것이라고는 현금 4만2천70원과 1백여만 원이 입금된 통장, 병원 진찰권이 전부였다. 성당까지 3km의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며 신앙의 신비를 노래하던 할머니는 굳이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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