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상을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72만 꽃동네 회원들을 대신해 앞에 나서서 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해 일한 것 뿐입니다』
7월11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시이사이상」금년도 공공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꽃동네 회장 오웅진 (요한ㆍ53)신부는 『이 상은 오늘날 꽃동네를 있게 한 72만명 꽃동네 회원들의 몫이지 자신은 결코 이토록 큰 상을 받을 만큼 자랑할 것이 없다』고 송구스러워 했다.
시상식은 오는 8월3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거행된다.
오웅진 신부는 7월11일 오전 10시30분경 꽃동네 업무 관계로 원주 환경청에 들리기 위해 가던 중 고속도로상에서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운영위원회 측으로부터 『지금 회의 끝에 오 신부님을 공공봉사 부문 수상자로 결정했으니 수락 의사를 표시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님이 상을 받으라고 허락하시어 이를 운영위원회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진석 주교는 『오늘날 꽃동네가 있기까지 애써왔던 72만 꽃동네 회원들의 공로를 생각해 이번 상을 수락할 것』을 오 신부에게 흔쾌히 청했고『오 신부의 막사이사이상 수상은 부랑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웅진 신부는 그러나 얼굴이 결코 밝지 않았다. 수상자 발표가 있던 7월11일 제3 꽃동네가 들어설 경남 거창군 위천면 방문했던 꽃동네 회원 50여 명이 꽃동네 유치를 반대하는 일부 마을 주민들에게 억류되는 불상사가 발생해 수심이 가득했다.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사건이 원만히 매듭지어졌지만 오 신부가 받은 상처는 예상외로 큰 듯 했다.
오 신부는 『꽃동네 같은 사회복지시설이 생겨나는 것도 좋지만 부랑인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에서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시민정신이 더 중요하다』며 『꽃동네는 단순한 복지시설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가 「사랑」을 배우고, 「사랑의 원대한 힘」을 체험하는 교육의 현장이란 것을 전 국민이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전국에 5~6개 꽃동네 시설이 필요하지만 꽃동네는 언젠가 없어져야 할 시설』이라고 말한 오 신부는 『국민 모두가 한 가족처럼 어려운 이웃을 정말 제 몸같이 돌보고 사랑을 베풀 때 한 명의 부랑인도 발생하지 않아 더 이상 꽃동네와 같은 복지시설이 필요 없고 존재 이유도 없어질 것』이라며 『꽃동네는 꽃동네가 이 땅에 존재하지 않을 것을 목표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사랑의 연수원」을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웅진 신부는 현재 세계 58억 인구 중 13억이 기아 상태에 있고 매일 3만5천여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남은 여생도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명을 지켜가는 일에 모두 바치겠다』고 피력했다.
전국의 부랑인 3천여 명을 수용하고 있는 꽃동네는 현재 음성, 가평 2개 지역에 부랑인 복지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으며 경남 거창에 제 3꽃동네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꽃동네는 또한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자매회 등 2개의 수도단체와 인곡자애병원, 노체리안드리아자애병원 등 2개의 종합병원 등을 운영, 사제ㆍ수도성소의 요람뿐 아니라 농촌지역 의료 복지화의 첨병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편 금년도 막사이사이상 공공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오웅진 신부는 한국인으로서는 장준하, 김활란, 김용기, 이태영, 장기려, 김임순씨에 이어 7번째로 수상하며, 사제와 충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선정된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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