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엄청난 충격속에 몰아넣었던 삼풍 참사가 발생한지 1년. 가족과 친지를 잃은 수많은 이웃들의 아픔은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의 기억은 희미해져만 가는데 가족을 잃은 이들의 상처는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림으로써 졸지에 유가족의 일원이 된 최덕인(베드로ㆍ51ㆍ미아3동본당)씨의 지난 1년은 정말 길고 긴 시간들이었다.
고인이 된 아내 이경숙(엘리사벳)씨의 세심한 뒷바라지에 익숙해 있던 최씨에게 아내가 없는 1년은 아내와 함께 생활한 20여 년의 생활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삼풍 백화점내 미용실에서 근무하던 이경숙씨는 백화점 붕괴 당시 퇴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가 참사를 당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사망자 5백2명의 명단에 아내의 이름이 포함된 것을 안 최씨는 망연자실했다.
미아 3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열심한 삶을 살아가던 최씨는 이후 입에 대지 않던 술도 자주 입에 댔으며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열심히 활동하던 레지오 활동도 중단했다. 정신이 멍한 상태일 때가 많고 식욕이 떨어졌고 이와 함께 매사에 넘치던 의욕도 떨어졌다.
『처음에는 하루하루 일어나 살아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아내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삶의 의욕을 잃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짧은 아침기도를 하고 대문 밖을 나서지만 그의 다리에는 늘 힘이 없었다. 아내의 죽음과 함께 삶의 희망도 함께 잃어 버린 듯 했다.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도 지금은 냉담중이다. 젊은 그들은 천사같은 어머니를 데리고 간 하느님을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삼풍 사고 1주년은 맞는 최씨는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다. 더 이상의 방황은 아내를 욕되게 할 따름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다.
이제 최씨는 제2의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다. 더이상 아내를 잃은 슬픔에만 빠져 생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함을 최씨는 알고 있다. 바로 얼마되지 않는 보상금이지만 이 돈으로 작은 집도 한 채 마련했다.
『이제는 신앙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생전의 아내가 아들들을 위해 헌신한 것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지요』
최씨는 오는 6월29일 아들들과 함께 전농동성당 공원묘지에 안장된 아내의 묘소를 찾을 생각이다. 한두달에 한번꼴로 아내의 무덤을 찾아 마음을 달래곤 하지만 1주년을 맞는 이번에는 삶의 의욕을 가지고 새로운 기분으로 아내를 찾으리라는 마음을 굳게 가져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천국에 있는 아내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주님께서 아내를 맡아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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