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6일 프랑스 전역의 성당에서는 주일 미사가 시작되기 전 일제히 조종(弔鐘)이 울려퍼졌다. 드골 장군 서거(1970년) 교황 바오로 6세 서거(1978년)에 이어 전후 세 번째로 울린 이 종소리는 알제리에서 최근 살해된 프랑스 출신 트라피스트 수사 7명에 대한 애도의 표시였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중 하나로 가장 극렬한 무장집단인 알제리 회교무장그룹(GIA)은 지난 3월 이들을 납치해 프랑스에 수감돼 있는 GIA지도자와 교환할 것을 요구해 오다가 결국은 5월23일 이들을 처형한 것이다.
프랑스의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유혈사태가 혹시라도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전면적인 종교 분쟁의 양상으로 번져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는 테러와 납치, 암살 등 신의 이름으로 벌이는 살륙전이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양 진영은 총체적인 종교 분쟁으로의 확대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위기감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의 배후에는 단순히 종교적인 동기만이 깔려있지는 않다. 알제리의 경우만 해도 1세기가 넘는 프랑스와 알제리 간의 식민관계와 그에 이은 60년 간의 유혈전쟁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알제리는 지중해를 머리에 인 채 북부 아프리카의 중앙부에 위치한 국가로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아랍권 국가로 분류된다. 지난 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알제리는 이미 독립 당시 약 18개월 동안 80만에 달하는 유럽계 가톨릭 신자들을 축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
독립 이후에는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민족해방전선(FLN)과 이슬람 국가의 수립을 요구하는 최대 야당 이슬람 구국전선(FIS)간의 끊임없는 충돌로 오랫동안 혼란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이른바 「성전(聖戰)」을 벌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정부 간의 갈등으로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았고 그리스도교인들과 성직ㆍ수도자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지난 94년 알제리 티지-우주 마을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4명의 신부 역시 이들 알제리 무장그룹에 의한 테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에 앞서 에어 프랑스 항공사의 비행기를 납치해 많은 승객을 살상한 한 바 있고 신부 살해 후에는 『비행기를 납치하려던 전사 4명이 프랑스 당국에 의해 살해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한 무장투쟁을 내세우면서 과격하고 무차별적인 테러 행위를 일삼아왔다. 이들은 구소련의 침공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이라 불리운 무장세력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아프간 사태 종식 후 중동의 각 국가로 돌아와 각국에서 반정부 테러 활동을 벌여왔다.
오늘날 중동과 아프리카의 대부분 이슬람권 국가들에는 한두 개씩의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와 정당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알제리의 이슬람 구국전선과 이슬람 무장그룹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지하드,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 등이 대표적인 단체들이다.
2차대전 후 40여 년 간에 걸쳐 인류를 양대 진영으로 나누었던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세계는 오히려 더 많은 민족, 인종, 종교분쟁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분쟁들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고 세계적으로 2천7백만에 이르는 난민들이 고국을 떠나 떠돌게 만들었다. 이 숫자는 국내난민까지 포함하면 모두 5천여 만명에 달한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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