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불혹의 나이에 신학대학 문을 두드렸던 한 주부가 학부는 물론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조직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서울 방배동본당 한경자(세실리아)씨. 그는 오는 7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학원에서 「성숙한 부부애를 위한 자연가족 계획법의 도움에 관한 고찰」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수여받게 된다.
『삶을 보다 풍부히 하고 제 자신이 확고히 서는 방법은「신학」을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내 주부 며느리 엄마로서 더욱 잘 사는 모습으로 남고 싶었고 무조건 헌신할 수 있는 절대적 가치를 깨닫고 싶어서 였습니다』
이 같은 이유와 함께 자녀들에게 공부하고 책을 보는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신학대학 편입의 한 이유가 됐다고 한씨는 덧붙인다.
한경자씨의 신학 석사학위 취득은 무엇을 배우고 공부하는 과정에 있어 나이의 많고 적음이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일반 대학도 아니고 신학생들 틈에 끼여 공부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일. 한씨는 20년 가까운 외국생활이 「주부 신학생」이라는 다소 튀는 (?)면을 감당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한다.
고1때 아르헨티나로 이민갔던 그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결혼 후 남편 직장일로 인해 독일ㆍ미국 등에서 거주했다.
한국 귀국은 86년. 대학 때부터 신학공부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한씨는 귀국 후 통신교리를 통해 교리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제대로 신학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40이라는 나이, 또 가정을 가지고 있는 주부라는 특수성은 「Why not?」(왜 안돼)라는 영어표현처럼 신학공부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그간 수업시간에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었다는 한씨. 논문을 쓰면서 7년간 배운 것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보람이 느껴진다고 들려줬다.
공부를 하며 어려웠던 점은 가정주부이다 보니 다른 신학생들처럼 전적으로 공부에만 여력을 집중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학업을 계속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낀단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교회 봉사활동에 대해 보다 적극성을 갖게됐고 「나」에 대한 개방성도 커진 것 같습니다』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그 주제처럼 부부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밝힌 한씨는 『또 「사랑」은 하느님이 보는 것처럼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이 최고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교회 안에서 더욱 활동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면 계속할 생각이라는 그는 더불어 많은 주부들이 신학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교회 안에 여성들이, 주부들이 체계적 학구적으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교회 안에 70%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 여성들이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해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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