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년 간에 걸쳐 신약성서 전체를 통째로 삼킨 사람이 있다. 물론 음식처럼 입으로 먹었다는 말은 아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 뷔페식당 로만티카의 지배인 정부현(모세ㆍ43)씨는 마태오복음에서 요한묵시록까지 신약성서 전체를 통째로 외워 선교 전선에서 막강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던 88년 한 개신교 신자와 신앙에 대한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내가 얼마나 성서를 모르고 있었는가에 대해 절실하게 체험했지요.』
자신의 「무지」에 대해 통감한 정씨는 즉시 신약성서를 붙들고 한구절 한구절씩 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문장 외우는 것도 힘들었지요. 돌아서면 잊어버려요. 하지만 몇 달 정도 지나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좀 수월해졌지요.』
정씨가 성서를 외우는데 쓴 시간은 매일 서너시간씩. 걷거나 차를 타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성서를 외워야 했다. 자가용도 집에 세워두고 일부러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운전을 하면 성서를 들고 외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려 8년을 정씨의 손끝에 매달려 다닌 성서는 까맣게 손때가 묻고 모서리가 닳아 너덜너덜할 정도이다. 본문 안에는 나름대로 공부한 내용과 주석들이 깨알같은 글씨로 담겨 있었고 「가톨릭신문」에서 연재한 각종 성서관련 기사 스크랩들이 쪽마다 붙어있다.
5년이 지나자 정씨는 신약성서를 통째로 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말씀의 「진국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정씨는 봇물 터지듯 적절한 성서구절을 쏟아낸다.
『누구를 만나든 겁낼 것이 없다』는 정씨는 『한번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과 성서에 대한 논쟁을 한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한 명, 그 다음에는 두 명, 나중에는 무리지어 와서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은 번번히 대꾸도 못하고 돌아갔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단지 성서를 외우는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녹음기처럼 구절들을 암기만 한다면 무의미하지요. 말씀이 생활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성서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이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씨는 요즘 들어 잊지않으려 「복습」에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또 앞으로 몇 년이 걸리든 신약 뿐만 아니라 구약까지 외울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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