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압적인 정치 상황 속에서 과연 「그리스도교적인 저항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애당초 논문주제를 정할 때 지녔던 문제 의식입니다. 결론은 「가능하다」였습니다. 저항이 꼭 혁명적인 방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난해 학위 받기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독일 뮌헨 대학에서 「1930년대 역사 소설에 나타난 기독교와 기독교적 저항」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효순(프란치스카ㆍ33ㆍ성균관대학교 독문학과 강사)씨. 그는 그리스도교적 저항은 『영원성을 제시함으로써 살아남은 자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히틀러로 상징되는 30년대 독일에서 수많은 지성들, 특히 그리스도교 지성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현실에 굴종하거나 저항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그 숱한 고뇌의 결과 일부는 국외로 망명했고 다른 이들은 국내에 남았다.
최씨의 논문은 바로 아우슈비츠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던 비극적 상황 속에서 과연 그리스도교 작가들이 어떻게 폭압에 저항했던가를 국내 망명작가인 라인홀드 슈나이더와 국외 망명작가이자 유대인으로서 가톨릭에 귀의한 알프레드 되블린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규명한 것이다. 두 작가는 모두 가톨릭 작가이다.
『국내 망명작가들은 후에 「도피문학」으로 매도됩니다. 전원, 전통, 구원사라는 종교적인 도피처로 도망했다는 비난이지요. 그들의 작품이 저항정신을 갖고 있다고 할 때에도 반드시 「정신적」, 「소극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지요』
하지만 국내 망명작가들은 「위로와 고무」로 정신적인 저항을 불러왔고 그 하나의 방법이 역사 소설을 소재로 정치적인 발언을 위장하는 길이었다. 전통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히틀러를 경험한 이후에야 가톨릭에 귀의한 라이놀드 슈나이더 (1908~58)는 「카알 5세 앞에 선 라스카자스」라는 작품을 통해 현실을 비판했다. 라스카자스는 실제 인물로 16세기 스페인의 주교이자 포르투갈의 식민지 정책에 항거해 카알 5세 앞에서 그 뜻을 관철한 인물이다.
논문이 제기하는 요지는 과연 국내 망명작가들은 「도피」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최씨는 이들의 작품들이 결코 「구원사(Heilsgeschichte)로의 도피」가 아님을 결론으로 내린다.
『역사는 인간의 행위로 이루어지지만 방향타는 하느님이 쥐고 계십니다. 그리스도교 작가들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정신적인 위로를 줄 뿐만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고 판단하도록 촉구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저항이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됩니다』
최씨는 이번 논문을 마치면서 중학교 시절 이후 가졌던 의문, 즉 『아우슈비츠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를때 하느님은 어디에 계셨는가?』하는 질문에 나름대로 해답을 얻었다고 확신한다. 『무죄한 이를 희생시키는 악 옆에는 목숨을 걸고 그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함께 서있습니다. 하느님이 그 현장에 함께 계신다는 것이지요』
나치하 독일의 비극에 대한 연구는 자연스럽게 일제하 한국 가톨릭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간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의 경로를 밟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최씨의 다음 연구과제는 일제하에서 한국 가톨릭 작가들이 어떤 자세와 입장을 가졌었는지에 대한 물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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