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고해성사의 비밀을 불가침의 것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교회법 983조), 어떤 방법이나 어떤 이유로도 직접 고해비밀(고해자의 이름, 고해 내용)을 누설하는 사람은 즉각적인 파문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회법 1388조).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 오리건 주 레인 카운티 교도소에서 법정증거용으로 죄수의 고해성사 내용을 녹음한 사건은 한 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할 중대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우선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다. 더욱이 그것도 고해성사의 내용을 법정증거물로 이용하기 위해 국가기관에서 저질러졌다는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고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얻게 된다. 공권력의 행사는 언제나 윤리 질서의 한계 내에서 공동선을 목적 삼아 행사돼야 한다』(사목헌장 74항).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인간 기본권의 존중은 공동선의 기본 요건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처럼 공익을 빙자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면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요 국가의 존재 이유 자체가 손상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국가와 공권력의 바탕이 되는 국가의 도덕법을 위반한 사건이다. 그것은 또한 종교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법을 위반한 중대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교회법 차원에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종교 간의 올바른 관계 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정치 공동체와 교회는 그 고유 분야에 있어서 서로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것이다』(사목헌장 76항). 이번 사건은 국가가 교회의 고유 분야에 있어서 그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 사건, 결국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마태 22, 21) 정의를 거스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정의와 윤리의 올바른 가치에 바탕을 두지 않은 민주주의는 얄팍하게 위장된 전체주의로 흐르기 쉬운 법이다 (1백주년 46항 참조).
교황청은 이번 사건을 근본적으로 고해비밀의 불가침성을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사목적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교황청의 이러한 태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교황의 최고 대리자인 국무원장 명의로, 외교문서로는 매우 비중이 높은 서한형식으로 공식 경로인 바티칸 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미국사회의 실용주의적 제도 때문이 아니라 관계자들의 개인적 판단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기를 바란다. 미국의 관계 당국은 즉각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파기하고 죄수들의 고해비밀이 절대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구체적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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