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로 한 곳에 근 26년 째 근무하고 있는 정종진(안드레아ㆍ62)씨.
정종진씨는 지난 7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서울 성심여고 음악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교사보다 정원사로 더 유명한 것은 성심여고에 재직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정으로 성심교정에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조차 음악교사로서 그를 기억하기보다 항상 꽃과 나무를 사랑하고 가꾸는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정종진 교사의 자연사랑은 남다르다.
성심교정을 한 번쯤 방문한 이들은 아담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교정에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진풍경을 접하고 입을 벌리기 일쑤다. 아일리쉬와 꽃잔디, 울창한 나무숲은 도심의 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잘 어우러져 있다. 이 모든 것이 정종진 교사의 손길로 이루어졌다. 황량한 교정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것이 원예 전문가로 그를 변신케 했을 정도다.
『나무와 꽃을 번식시켜 가는 재미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하는 정종진씨는 『조그만 씨앗에 엄청난 생명의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마다 하느님의 오묘하신 섭리를 느끼곤 한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밀짚모자에 작업복 차림으로 호미를 들고 교정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그는 누가 보더라도 관리인이다. 그러나 그의 따스한 두 눈에는 자연사랑 못지않는 제자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겨있다.
경주여중에서 첫 교편을 잡은 그는 포항 중학교를 거쳐 대구 대건고등학교, 계명대 음대 강사 그리고 성심여고에서 오늘까지 근 4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고 있다. 학생들에게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는 『매년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그래도 제자들이 찾아와 줄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말하며 『과거나 오늘이나 학생들의 순수함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며 제자들에 대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원칙적이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음악교사로 정평이 나있을 정도로 그는 선비의 모습을 닮았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자신의 소신을 갖고 학생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정종진씨는 이제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았다.
『은퇴 후 변두리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고 싶은게 여생의 꿈』이라고 말하는 정종진씨는 『학교에도 가끔 들러 꽃과 나무를 돌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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